MAGAZINE>REVIEW

2019.06.05

'북유럽 감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

기능적인 미학의 결정판, 코펜하겐 2.0(Copenhagen 2.0)

본문

75437e35eb73c0a26c6f680a23eb3577_1560329549_7436.jpeg


언제,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모를 ‘북유럽 감성’이라는 말이 사방천지에 넘쳐나고 있다. 일시적인 유행에 그칠 줄 알았는데 점점 그 인기가 높아지더니, 이제는 우리 주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대체 북유럽 감성이란 게 무엇일까. 사실 딱 집어 ‘이거다!’라고 할 만한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덴마크 브랜드 비파(Vifa)의 무선 스피커, ‘코펜하겐 2.0(Copenhagen 2.0)’은 딱 보면 첫인상부터 북유럽이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북유럽 감성’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75437e35eb73c0a26c6f680a23eb3577_1560329603_8883.jpeg


우아하고 심플한 럭셔리 뮤직 백


우선 세련된 디자인이 단번에 시선을 붙잡는다. 음향기기가 아니라 처음부터 패션 아이템이나 현대미술의 오브제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무리 없을 정도다. 불필요한 장식이나 촌스러움 따위는 철저하게 배제했다. 그 대신 시크하다 싶을 만큼 단순한 곡선과 패턴으로 이루어져서, 실내든 실외든 이질감 없이 어울린다. 그러나 그 안에 숨겨진 강력한 기능은 실로 막강하다.


디자인의 바탕은 보면 누구나 곧바로 알 수 있듯 여성용 핸드백이다. 말하자면 들고 다닐 수 있는 럭셔리 뮤직 백(Luxury Music Bag) 콘셉트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4.6kg 가량의 무게는 진짜로 핸드백으로 착각해서 덥석 들고 나가기에는 애로사항이 따르긴 한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생각보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앰프와 스피커가 내장된 본체는 부드러운 파스텔 톤의 패브릭으로 감싸여 있다. 핸드백 손잡이 모양의 알루미늄 프레임이 바깥에서 본체를 지탱하고 있는데, 알루미늄이라는 차가운 느낌의 소재와 패브릭이 의외로 멋진 조화를 이룬다. 


이 우아한 패브릭은 덴마크 브랜드 크바드랏(Kvadrat)의 작품이다. 특유의 촘촘한 조직과 풍부한 색감, 강한 내구성으로 유명한 직물 디자인 제조사다. 어지간한 명품 가구와 유명 디자이너들이 모두 이곳의 원단을 쓴다고 보면 맞을 정도로, 텍스타일 산업을 독보적으로 이끄는 업체다.


색상은 총 6종이다. 페블 그레이(Pebble Grey), 앤트러사이트 그레이(Anthracite Grey), 선셋 레드(Sunset Red), 샌드 옐로우(Sand Yellow), 오션 블루(Ocean Blue), 아이스 블루(Ice Blue).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인공적인 것보다는 자연의 색에 가깝다. 경제적인 여유만 있다면 색상별로 갖춰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 만큼 고급스럽고 온화한 인상이다. 자연친화를 모티브로 삼은 점도 북유럽답다.


코펜하겐 2.0의 이런 심플한 아름다움은 이미 객관적으로 공인을 받은 바 있다. IF 어워드(IF Award), 레드닷 어워드(Reddot Award)에서 베스트 디자인 부문을 휩쓸었다. 이들 모두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유수의 디자인 공모전이다.



75437e35eb73c0a26c6f680a23eb3577_1560329634_9381.jpeg


스피커의 본질은 ‘좋은 소리’다


그러나 이 스피커의 진짜 정체성은 사운드다. 사실 대개의 블루투스 스피커들은 한 개의 풀레인지 유닛만으로 모든 음역대를 커버한다. 작은 체구의 한계 때문이다. 휴대성과 디자인, 가성비 때문에 소리는 어쩔 수 없이 뒷전이 되는 것이다. 


반면 코펜하겐 2.0는 ‘동급 최강’이라는 시쳇말이 허언이 아니다. 총천연색으로 포장만 그럴듯한 여느 블루투스 스피커들이 따라올 수 없는 밀도 높은 사운드를 자랑한다. 경량급 스피커라는 게 믿기지 않는 짙고 자연스러운 저음을 들려주며, 다양한 악기가 몇 겹으로 오케스트레이션이 된 음악을 틀어도 뭉치지 않고 각각의 소리가 깨끗하게 뚫고 나온다. 작은 몸체에 맞게 최대한 음역대를 효과적으로 분리한 덕분이다. 한정된 사이즈에서 어떻게 하면 최고치의 사운드를 뽑아낼 수 있을지 고심한 흔적이 그대로 묻어난다. 


코펜하겐 2.0은 전통적인 스피커의 방식 그대로 좌우에 각각 세 개의 유닛을 배치하는 공을 들였다. 이 사이즈의 스피커에서는 이례적인 케이스인데, 이는 입력되는 신호가 뭉뚱그려지지 않고 고-중-저의 세 가지 음역대로 뚜렷하게 나뉘어 재생된다는 의미다. 268×362×90mm의 크다고 할 수 없는 몸집 안에 2.8cm 트위터와 5cm 미드레인지, 8cm 우퍼가 스테레오로 꽉 채워져 있다. 앞에서 말했듯 무게가 꽤 나가는 게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재생 주파수는 저역 50Hz에서 고역 20kHz까지 재생할 수 있으며, 최대 출력은 150W다.


사실 코펜하겐 2.0은 소리보다 모양새에 치중한 포터블 스피커들과는 태생 자체가 다르다. 비파가 무선 스피커 제조사로 변신한 건 2014년부터다. 원래는 스피커가 소리를 내는데 필요한 핵심부품인 유닛(Unit)을 무려 80년 넘게 전문으로 만든 회사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명품 오디오 제조사 대부분이 비파의 유닛을 사용한다. 당연하게도 그만큼의 노하우와 기술력을 기저에 깔고 있다. 브랜드의 이런 이력을 감안하면, 스피커의 본질에 가치를 두고, 좋은 소리를 위해 애쓴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75437e35eb73c0a26c6f680a23eb3577_1560329701_5303.jpg


쉬운 조작, 그리고 고효율의 배터리


조작은 간단하고 직관적이다. 진짜 심각한 기계치가 아닌 이상 금방 배울 수 있다. 전원, 연결 버튼, 3.5mm 단자, USB 단자가 보이는 전부다. 최근 음원 전송 포맷의 대세라고 할 수 있는 블루투스 apt-X를 포함해서, Wi-Fi Direct, DLNA, AirPlay(iOS 계열) 등 복잡한 세팅이 필요 없는 다양한 루트의 무선 연결을 지원한다. 21세기의 휴대용 스피커답게, 흔히 쓰이는 대부분의 무선 연결 포맷을 사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에 전용 어플리케이션인 Vifa®HOME을 설치하면 공간과 장르별로 좀 더 세밀한 사운드 튜닝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튜닝에서 ‘Party’ 모드를 선택하면 말 그대로 파티에 어울리는 밝고 경쾌한 톤이, ‘Late Night’ 모드로 설정하면 귀의 피로가 한층 덜한 빈티지한 음색이 흘러나온다.


코펜하겐이 1.0에서 2.0 버전으로 리뉴얼되면서 달라진 특징은 두 가지다. 일시정지와 음소거를 좀 더 간단하게 할 수 있는 Vifa®PLAY 버튼이 전면에 생긴 것, 그리고 배터리 지속시간이다. 2600mAh 리튬이온 배터리는 1.0에 탑재된 것과 같지만, 고전류 처리방식과 앰프의 효율을 높이는 등 저전력 설계로 지속시간을 늘렸다. 비파 측의 설명에 따르면, 완전 충전 후 표준 음량 수준으로 최장 7시간까지 재생이 가능하다. 여기서 표준 음량은 1m 거리에서 측정했을 때 일상적인 대화 수준인 60dB를 뜻한다.



75437e35eb73c0a26c6f680a23eb3577_1560329733_0779.jpeg
 


외모와 성능의 조화, 이것이 북유럽이다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려보자. 북유럽 감성이란 무엇일까. 굳이 정의를 내려보자면, 단순한(Simple), 최소한의(Minimal), 기능적인(Functional), 그리고 자연과 닮은(Natural) 아름다움 등의 키워드가 떠오른다. 그리고 이 막연한 질문 앞에서 코펜하겐 2.0을 예시로 보여주면, 아마도 상당히 훌륭한 대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코펜하겐 2.0은 앞에서 언급한 키워드들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게다가 아무리 다른 부수적인 치장이 따른다 해도, 어쨌든 스피커는 ‘소리 나는 기계’다. 그 점에서 코펜하겐 2.0처럼 자신의 본질에 충실한 제품도 드물다고 단언할 수 있다. 포터블 스피커가 팬시한 외모를 위해서 소리를 외면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몸소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과하지 않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집안을 세련되게 꾸미고 싶다면, 카페 같은 매장을 풍성한 소리로 채우고 싶다면, 음악을 즐기지만 비싸고 번잡한 시스템을 들여놓고 싶지는 않다면, 코펜하겐 2.0은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지다.


북유럽식 라이프스타일의 또 다른 특징은 ‘조화’다. 그리고 이렇게 눈과 귀의 즐거움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스피커는 흔치 않다. 오히려 우아한 외모 때문에 성능에 대한 편견이 생길까 걱정될 정도로.



Editor_최승우

swchoi@dnoltd.kr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