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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19

SPECIAL [Vifa Brand Special ④] “좋은 디자인에는 의미 있는 이점이 있어야 한다.”

디자인피플 공동설립자 겸 디렉터 헨릭 마티아센 인터뷰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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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파(Vifa)가 음질은 훌륭한데 모양새는 투박하고 우락부락한 제품을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 해도 최소한 ‘걸출한 블루투스 스피커’라는 평가를 받았을 수는 있다. 다만 '어떤 인테리어와도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블루투스 스피커'라는 이미지는 없었을 것이다. 비파가 지금의 명성을 얻은 바탕에는 장기적인 안목과 통찰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비파는 여성 소비자들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파악한 업체였다. ‘남자들이 만들고 남자들이 팔고 남자들이 사는’ 오디오 업계에서는 신선하고 파격적인 전략이었던 게 분명하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비파는 마이크로소프트, LG, 뱅앤올룹슨 등과 작업해온 자국의 유명 디자인 회사 디자인피플(Design-People)과 손을 잡았다. 이는 4종의 스피커가 출시된 지 5년 만에,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IF 어워드(IF Award), 레드닷 어워드(Reddot Award)를 포함한 7개의 디자인상을 휩쓰는 성과로 돌아왔다. 그리고 우아하고 실용적인 디자인, 낮은 채도의 모노톤, 고급 패브릭 등은 탁월한 음질과 더불어 비파라는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이 되었다. 


“그들은 비파의 정신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비파 마이클 소렌슨 CEO의 말처럼, 디자인피플은 비파의 프로젝트에 최적화된 파트너였다. 디자인피플의 웹사이트를 방문해보면 ‘여성에게서 영감을 받다(Inspired by Women)’라는 말이 슬로건처럼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여성 고객들을 위한 전문성을 쌓는 심화교육과정을 자체적으로 운영해왔다. 심지어 ‘성별 전문가(Gender Expert)’라는 직책이 회사 내부에 별도로 존재한다.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소비는 전체 구매의 80%에 육박하는데, 하이파이 오디오 업체들은 여성 고객들에게 접근하는데 실패하고 있다.” 디자인피플의 공동설립자이자 디자인 디렉터 헨릭 마티아센(Henrik Mathiassen)의 말이다. 


다음은 마티아센 디렉터와 진행한 이메일 인터뷰 전문이다. 지금까지 언론에는 많이 노출돼 있지 않았던 디자인피플이라는 회사와 그들의 디자인 철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 비파라는 브랜드의 오늘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조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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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본인과 디자인피플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디자인피플은 산업 디자인과 전자제품 디자인 분야에서 다수의 상을 받은 덴마크의 디자인 기업이다. 나는 디자인 디자인피플의 디렉터 겸 공동설립자로, 회사의 디자인 팀을 이끌고 지원하거나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방향을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링크드인(www.linkedin.com)의 우리 계정을 구독거나 공식 홈페이지(www.design-people.com)를 방문해보면 더 많은 정보를 볼 수 있다.


비파의 제품들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비파와 공유했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

조용하고 특별하게(Quietly Extraordinary). 이것은 우리가 원래부터 가이드라인으로 삼아온 중요한 가치이기도 하다. 지나치게 눈에 띄지 않고 조심스럽게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제품을 창조하는 것이다. 딱딱하고 기술적인 물건이 아니라 부드럽고 매끄러우며 따뜻한 느낌을 가진 오브제, 고객이 만지고 싶어 하고 삶의 일부로 삼고 싶어 하는 제품 말이다. 다시 말해서 사용자가 쉴 때는 조용히 곁을 지키고, 사용할 때는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는 제품을 뜻한다.


비파와의 작업에서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나는 우리의 작업이 업계에 상당히 큰 충격과 인상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고성능의 기준을 낮추지 않으면서도, 스피커의 외형이 얼마나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경계를 넓히는데 성공했다. 우리는 성능과 기술만 강조되던 제품을 인테리어의 영역으로 끌어들였고, 고급 섬유를 스피커에 접목시켜 이목을 끌기도 했다. 그 뒤 몇 년 사이에 여러 크고 작은 회사들이 비파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제품들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하이파이 오디오 산업 전체가 이런 변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우리는 비파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었다. 패션 산업에서 하는 것처럼 상징적인 모노톤 이미지를 만들었고, 기술적인 영역 대신 스타일에 대한 스토리를 풀어내려고 노력했다.


웹사이트를 보면 ‘Inspired by Women’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있다. 여성의 사고방식이나 감수성에 대한 회사의 철학이 궁금하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디자인은 우리의 DNA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스태프의 성별 비율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유지한다. 우리는 하이파이 오디오 업체들이 여성 고객들에게 접근하는데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가 수년 동안 젠더 행동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은, 집에 두는 물건을 살 때 중요한 결정에는 대부분 여성들이 관여한다는 것이다. 여성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면 결과적으로 훨씬 성공적인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회사에 ‘성별 전문가(Gender Expert)’라는 직책이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우리 회사에는 전자제품 디자인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팀원이 많다. 이들은 기술 자체 이상으로 여성 고객들에 대한 어필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우리가 덴마크 정부의 지원을 받아서 실시하고 있는 심화 교육과정을 거친 결과다. 이 교육과정에서는 전자제품이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3년 간 교육을 받고, 10년 간 실무를 익히게 된다. 이런 과정을 만든 이유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을 남성이 개발하고, 남성이 판매하며, 남성이 구매한다는 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했듯 전 세계적으로 여성의 소비는 전체 구매의 80%에 육박한다. 그래서 우리는 제품의 개발 단계에서 여성 고객을 더 고려하고, 그로 인해 우리 고객사가 더 나은 판매실적을 올리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일반적으로 남성 고객들은 전자제품의 기술 자체에 주목하는 반면, 여성 고객들은 더 다양하고 꼼꼼하게 따져본다. 여성들은 이 물건을 사면 어떤 이점이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좋지 않은 사용자 경험이나 쓸데없이 복잡한 솔루션에 좀 더 비판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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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북유럽 스타일이 인기다. 북유럽 디자인의 강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단순하고 기능적이며, 제품이 속한 맥락을 충실하게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용할수록 더 좋고 아름다워지도록 만드는 것도 북유럽 디자인의 특징이다. 오랜 시간 제품을 만지게 될 손, 제품과 접촉하게 될 신체, 제품을 바라볼 눈을 위해 만드는 것이 바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이다. 이는 좋은 재료에 대한 애정, 그리고 특별한 세심함에서 비롯된다. 


덴마크가 세계적인 디자인 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를 꼽는다면?

우선 덴마크는 매우 풍부하고 클래식한 디자인 역사를 갖고 있다. 야콥 옌슨(Jacob Jensen), 보르게 모겐센(Børge Mogensen), 아르네 야콥센(Arne Jacobsen)과 같은 디자인의 대가들이 모두 덴마크 출신이다. 또한 협동적이고 위계질서에 얽히지 않은 조직문화, 좋은 품질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노력 등이 오늘날의 덴마크 디자인을 이끌었다고 생각한다. 모두 고객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자세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떤 제품을 디자인하든 반드시 지키고자 하는 원칙, 혹은 반드시 피하고자 하는 게 있는지?

우리의 디자인에서 중요한 요소가 세 가지 있다. 첫 번째, 의미 있는 이점이 있어야 한다. 부연설명을 하자면 온갖 필요 없는 내용물(filling)이나 기능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사용하기 편리해야 한다. 사용자 친화성은 우리의 모든 작업과정에서 핵심이다. 마지막 세 번째, 호소할 수 있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이런 원칙들을 지켜야 디자인이 롱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고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한국의 고객들에게 이런 말을 전하고 싶다. 우리가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낳은 ‘아기들(Babies)’과 다름없는 모든 비파 스피커가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다. 비파와 함께 음악을 들으며 특별한 시간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조용하게, 또는 아주 큰 소리로.


(번역 : 오민혜)



[Vifa Brand Special]


① 대체 북유럽에 가면 뭐가 있는데? 

② 비파의 80년은 현대 오디오의 역사다 

③ 비파 CEO 마이클 소렌슨, “스피커는 소파, 식탁과 마찬가지.”

④ 디자인피플 디렉터 헨릭 마티아센, “좋은 디자인에는 의미 있는 이점이 있어야.” 

⑤ 비파가 있는 공간들 



Editor_최승우

swchoi@dnolt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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