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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2

BRAND STORY 소노로(Sonoro), 단순함에 아름다움이 있다

독일식 실용주의의 정수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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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일수도 있겠지만, 어떤 나라나 지역이든 특유의 ‘색’이 존재한다는 건 부인할 수 없다. 특정한 국가에 대해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소노로(Sonoro)는 누가 봐도 독일 브랜드다. 투박해 보이기까지 하는 간결함, 우직한 합리주의는 우리가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해 가진 이미지 그대로다.  


독일 쾰른에 본거지를 두고 있는 소노로는 2006년 설립됐다. 백 년 역사의 오디오 명문이 수두룩한 유럽에서는 꽤나 젊은 브랜드인 셈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이미 상당한 입지를 확보한 강자다. 풍부하고 견고한 사운드, 흥미로운 디자인으로 오디오 애호가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소노로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German Audio & Design’이라는 모토에 힌트가 담겨 있다. 이들은 자국 독일의 전통을 받아들여서 독자적인 스타일을 확립했다. 요약하자면 ‘단순하고 아름다운 실용성’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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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오디오의 새로운 강자


소노로의 성장 배경에는 창립자이자 CEO 마르셀 팔러(Marcel Faller)의 탁월한 비즈니스 감각이 있었다. 당시 애플의 아이팟이 대중적인 포터블 기기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더불어 모바일의 급속한 성장으로 음악 시장의 판도 자체가 큰 변화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IT 전문 업체와 오디오 수입원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던 팔러 CEO의 눈에는 틈새시장이 보였다. 하이엔드 오디오와 모바일 사이에 있는 고품질 소형 오디오, 이른바 ‘테이블 오디오’ 분야였다. 팔러 CEO는 이 중간 시장이 여전히 성장할 여지가 많다고 직감했다. 그리고 2006년 소노로를 설립, 미니오디오 큐보(Cubo)를 내놓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첫 해에만 120만 유로의 매출을 올리는 놀라운 데뷔였다. 그 이듬해에는 4백만 유로를 돌파하며 계속 상승세를 탔다.


이후 4년 동안 소노로는 유사한 콘셉트의 제품 6종을 연이어 출시했다. 그러나 성공에 고무된 젊은 CEO는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시장의 반응은 점점 차가워졌고, 2012년 소노로는 파산 직전까지 몰리며 17명의 직원 중 7명이 회사를 떠났다. 팔러 CEO는 “그때는 두 가지 가능성밖에 없었다. 회사 문을 닫거나, 아니면 뭔가 급진적인 변화를 꾀하거나”라고 회고했다. 


결국 소노로는 과감하게 변화를 선택했다. 무분별한 라인업의 확장 대신 고객의 요구와 실용성에 철저하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최근 5년 동안 소노로는 20~25%의 성장을 이루었고, 30여 개 나라에서 연간 5만 대 이상을 판매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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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 세계를 바꾼 14년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는 말이 있다. 19세기의 건축가 루이스 설리반(Louis H. Sullivan)이 한 말로, 현대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격언이다. 해석하자면 제품의 기능에 최적화된 디자인이야말로 좋은 디자인이고, 그것이 곧 아름다운 디자인이라는 의미다. 이는 20세기 초 독일 바이마르에 설립된 예술교육기관 바우하우스(Bauhaus)의 기본적인 철학이기도 했다.


바우하우스는 소노로를 이야기하려면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이다. 그만큼 소노로는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철학을 충실하게 계승하는 브랜드로 꼽힌다. 바우하우스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이듬해인 1919년에 개교했는데, 실제로 운영된 기간은 14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14년은 보통 14년이 아니었다. 독일, 더 나아가 전 세계 디자인의 근본을 바꿀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


바우하우스는 일반적인 디자인 학교가 아니었다. 새로운 교육 이념과 시스템으로 출발한 혁신적인 교육기관이었다. 근간은 건축이었고 창시자인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도 건축의 거장이었지만, 정작 건축 관련 과목은 개교 후 8년이 지나서야 개설됐다. 그보다는 예술과 공예의 결합이라는 목표 아래 조각, 회화, 공예, 인테리어 등 모든 예술 매체가 커리큘럼에 포함됐다. 교사진도 예술가와 기술자를 두루 채용했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창조적인 장인과 디자이너를 양성하고자 했던 것이다.


당시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의 패전 여파로 온 나라가 극도로 피폐해진 상태였다. 그러다보니 먹고 사는 문제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였다. 부족한 여건과 싸우며 질 좋은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어내야 했던 것이다. 따라서 바우하우스는 거추장스러운 장식을 최대한 배제한 실용적인 디자인에 집중하게 되었다. ‘기능주의에서 비롯된 합리적인 미학’이라는 바우하우스 특유의 양식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바우하우스는 1933년 문을 닫았다. 예술가들을 ‘불온한 퇴폐주의자 집단’으로 취급하던 나치의 탄압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바우하우스의 진짜 영향력은 오히려 폐교된 이후에 빛을 발했다. 발터 그로피우스를 비롯한 바우하우스의 교수와 학생들이 대거 미국으로 망명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전파한 바우하우스의 이념은 미국의 자본주의를 만나 20세기 디자인의 기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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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ep it simple. There is beauty in simplicity.”


2012년 회사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을 때 소노로가 취한 전략은 선택과 집중이었다. 자신들의 강점, 즉 바우하우스식 실용주의라는 초심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기 위해 고객들과 되도록 많이 접촉했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귀를 기울였다.


소노로의 제품들은 하나같이 단순하다. 직선적이고 절제된 생김새도 그렇지만 사용법도 쉽다. 물론 기능 면에서는 뛰어난 음질에 현대적인 멀티미디어 기능까지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음악을 틀고 끄는' 핵심적인 기능 자체는 누구나 다룰 수 있다. 어떤 걸 누르면 뭐가 나올지 눈으로 보고 바로 알 수 있을 정도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복잡한 기능에 신경 쓰지 않고 간편하게 음악을 듣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굳이 어려운 매뉴얼을 들여다보며 씨름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다. 대부분의 제품에 CD 플레이어가 포함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독일에서는 여전히 CD 같은 물리적인 매체가 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모델은 고객의 주거 환경과 일상에 철저하게 맞추어져 있다. 거실에 어울리는 모델, 침실, 주방, 욕실에 어울리는 모델이 따로 구분돼 있는 식이다. 디자인과 사운드는 각각의 장소에 맞게 세팅되어 있다. 예를 들어 침실용으로 만들어진 모델 CD2는 스피커가 상단에 위치해 있다. 소리가 360도 전방향으로 고르게 퍼져서 침대에서 듣기 좋게 설계된 것이다. 즉, 고객의 요구라는 단순한 원칙에 충실한 결과다.


팔러 CEO는 “단순함을 유지하라. 단순함에 아름다움이 있다(Keep It Simple. There Is Beauty In Simplicity)"고 말한다. 앞서 언급했던 설리반의 격언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그러나 무조건 모든 걸 최소화하는 게 최선이 아니다. 결국 단순함이 기능을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주변의 요소와 결합해서 시너지를 일으켜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소노로의 제품들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따뜻한 인간미가 있으면서도 공정한 사람이 되는 건 힘들다고들 한다. 이는 물건에도 비슷하게 해당되는 이치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면서, 아름다움까지 동시에 갖추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소노로는 그 어려운 과제를 영리하게 풀어나가고 있는 브랜드다. “십 년 뒤에는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오디오 브랜드가 되겠다”는 팔러 CEO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다.



Editor_최승우

swchoi@dnolt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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