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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7

BRAND STORY 비파(Vifa), 80년의 유산과 트렌드의 공존

아름답다고 좋은 소리를 희생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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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소비 형태가 스마트폰과 스트리밍으로 옮겨가면서 블루투스 스피커도 일상품이 되었다. 이제 시중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블루투스 스피커가 나와 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기준도 까다로워졌다. 단순히 ‘선 없는 편리한 스피커’라는 것만으로는 관심을 끌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면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자. 앞으로 블루투스 스피커는 얼마나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예쁘고, 작아서 휴대성도 좋고, 소리까지 좋은 완벽한 블루투스 스피커가 나올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는 않다. 


우선 스피커라는 물건에는 ‘체급’의 한계가 있다. 복싱에서 체중이 많이 나가면 펀치력이 상승하듯, 스피커 역시 체급이 클수록 소리가 좋아지는 게 일반적이다.(고가의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덩치가 큰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사이즈를 키울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휴대성이라는 장점이 사라지게 된다. 제작비용과 가격의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스마트한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려는 힙스터와, 좋은 음질로 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을 동시에 만족시키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데 이런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브랜드가 있다. 편리함과 아름다운 디자인, 그리고 좋은 소리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야심차게 나선 것이다. 덴마크의 무선 스피커 브랜드 비파(Vifa) 이야기다.


비파에서 만든 무선 스피커들이 탁월한 소리를 들려준다는 사실은 이미 입증됐다. 국내 최대의 블루투스 음향기기 커뮤니티 ‘블스코(블루투스 스피커 코리아)’ 게시판에는 비파에 대한 호평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걸 볼 수 있다. ‘기존 블루투스 스피커들과는 아예 클래스가 다른 음질’이라는 감탄 섞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소리뿐만 아니라 겉모습도 훌륭하다. 디자인 면에서도 단연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유럽 특유의 간결한 우아함이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어떤 공간에 두어도 이질감 없이 어울리고, 오래 봐도 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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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공업과 장인정신, 그리고 디자인의 나라


비파의 고향 덴마크는 오디오 업계에서 참 신기한 나라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품질 좋은 오디오를 줄기차게 쏟아낸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단연 뱅앤올룹슨(Bang & Olufsen)이 첫 손에 꼽힌다. 오디오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이다. 그 외에도 다인오디오(Dynaudio), 그리폰(Gryphon) 등이 모두 덴마크가 배출한 세계적인 브랜드다.


덴마크가 오디오 강국이 된 이유는 산업구조, 더 나아가 근현대사와 관련이 있다. 덴마크는 20세기 초까지도 농업 의존도가 높았고,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산업화가 늦게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 점이 오히려 덴마크 사회의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덴마크는 북유럽의 혹독한 겨울 때문에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수공업이 발달했고, 장인들이 존중받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런 전통은 산업화 이후에도 힘을 잃지 않고 각 분야에 뿌리를 내렸다. 좋은 물건이라면 비싼 값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사회적 공감대도 뒷받침됐다. 


그 결과 덴마크는 작은 땅과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세계에 큰 문화적 영향을 끼친 나라가 되었다. 명품 도자기 로얄 코펜하겐(Royal Copenhagen)과 가구 프리츠 한센(Fritz Hansen), 조립식 완구 레고(Lego) 등을 탄생시킨 나라가 덴마크다. 손으로 빚고 만들어내는 분야에서는 늘 세계 최고였던 셈이다. 실제로 수공업과 디자인에 대한 덴마크인들의 자부심은 상당하다. 


게다가 덴마크는 작은 국토, 부족한 자원과 인구수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었다. 그 덕분에 기술력과 아이디어가 집약된 산업에서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디자인과 가구 등 목공예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 이유다. 이런 진보적인 기술과 기초산업은 오디오 분야의 탄탄한 기반으로 이어졌다. 경상북도의 2.2배 크기인 덴마크 땅에 전자기기 전문학교만 200여 개, 협동조합 형태의 소규모 가구 관련 회사만 500여 개 이상이 있다니, 인프라의 깊이를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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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의 유산을 바탕으로 새로 태어나다


비파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의 수도 이름을 딴 블루투스 스피커를 처음 선보인 것은 2014년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갑자기 튀어나온 신생 브랜드로 알기 쉽지만, 비파는 무려 80여 년의 역사를 가진 회사다. 


많은 오디오 명가가 그렇듯 비파도 덴마크의 비데백(Videbæk)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출발했다. 1933년 자동차 정비공인 N.C. 매드슨(N.C. Madsen)이 두 형제와 함께 뱅앤올룹슨의 스피커 유닛을 개발한 것이 시작이었다. 비파(Vifa)라는 이름도 ‘Videbæk Højttaler-fabrik’의 이니셜을 딴 것이다. 영어로 번역하면 ‘Videbæk's Loudspeaker Factory’, 즉 ‘비데백 마을의 스피커 공장’이라는 의미다.


원래 비파는 스피커의 소리와 색깔을 결정하는 핵심 부품 유닛(Unit)을 전문으로 제작하는 업체였다. 자국 덴마크를 포함해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세계 유수의 오디오 브랜드들이 비파의 유닛을 공급받아왔다. ​비파가 이 분야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말하자면 비파라는 이름이 좋은 소리의 보증수표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1950년대 들어서 비파는 노르웨이의 대표적인 스피커 유닛 브랜드 시어스(SEAS)사와 합작으로 유닛을 생산했다. 그리고 이 파트너십에 힘입어 1980년대부터 독자적인 브랜드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1987년에는 경쟁사인 스캔스픽(Scan-Speak)을 인수했고, 2000년 자국의 유닛 제조업체 피어리스(Peerless)와 합병하면서 제품 성능을 업그레이드하고 대량 생산에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리고 2010년대에 접어들어 무선 스피커를 출시하며 새롭게 재탄생하게 되었다.


1877년 토마스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한 이래, 현대적인 오디오의 기틀이 마련된 시기는 대략 1920~30년대부터다. 웨스턴 일렉트릭(Western Electric)사는 1924년 획기적인 전기녹음방식을 개발했으며, ‘스피커의 정점’으로 불리는 탄노이(Tanny)는 1926년에 창업했다. 1948년에는 바이닐(LP)이 최초로 등장해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즉, 비파가 1933년부터 걸어온 80년 역사는 20세기 오디오의 역사와 거의 일치한다. 오디오의 살아 있는 역사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럼 ‘장인정신’, ‘전통의 명가’ 같은 수식이 어울리는 비파가 블루투스 스피커로 방향을 바꾼 이유는 무엇일까. 언뜻 파격적인 변신으로 보이지만, 비파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오히려 이상하지 않다. 단순히 유행을 쫓거나 시대의 흐름에 편승한 것도 아니다. 비파는 80년 간 최고 수준의 기술과 독자적인 노하우를 축적해왔다. 이런 빛나는 유산을 가진 회사에게 무선 스피커 시장은 가능성이 넘치는 매력적인 분야였을 것이다. 


“이번 결정이 우리 같은 회사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전략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마이클 소렌슨 비파 CEO의 말에서도 드러난다. 이는 ‘좋은 소리’에 관한 한 누구보다 앞서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모양만 그럴 듯하고 소리에서는 실망을 안겼던 여느 블루투스 스피커들과는 태생부터 다르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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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에게서 영감을 얻다


비파가 무선 스피커 분야로 넘어오면서 과감하게 투자한 분야 중 하나는 디자인이다. 그들은 자국 덴마크의 강력한 디자인 인프라를 활용했고, ‘디자인피플(Design-People)’을 파트너로 선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LG, 뱅앤올룹슨 등과 파트너십을 맺어온 덴마크의 유명 디자인 회사다.


사실 오디오는 여전히 남성적인 영역이다. 소비층도 남성이 많으며, 대부분의 제품은 남성 개발자와 엔지니어의 손에서 만들어진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여성이 문화적인 소비를 훨씬 많이 한다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다. 비파와 디자인피플은 이런 여성 소비자들의 잠재력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디자인피플은 “여성에게서 영감을 얻다(Inspired By Women)”를 모토로, 여성들이 선호도와 취향을 연구했다. 그리고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스태프의 남녀 성별 비율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유지했다. 또한 비파는 덴마크의 텍스타일 산업을 이끄는 명품 직물 제조사 크바드랏(Kvadrat)과도 손을 잡았다.


이런 비파의 적극적인 투자는 성공적이었다. 4종의 스피커가 출시되고 5년이 채 되지 않아서 7개의 디자인상을 휩쓸었다. 그 가운데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IF 어워드(IF Award), 레드닷 어워드(Reddot Award)가 포함돼 있다. 그리고 우아하며 감성적인 디자인은 탁월한 음질과 함께 비파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이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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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리'라는 가치와 트렌드를 동시에


최근 몇 년 동안 자동차 메이커들은 SUV(Sports Utility Vehicle)와 전기차를 앞 다투어 내놓고 있다. 변화하는 시대의 요구 때문이다. 무선 스피커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어쩌면 모든 오디오 업체들이 어떻게든 마주쳐야 하는 흐름인지도 모른다. 서두에서 말했듯 음악 소비의 패턴이 급격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다만 중요한 건 변화를 받아들일 때 어떻게 중심을 지키느냐다.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고 본질을 지키는 것, 그것이야말로 명품이 지향해야 하는 바가 아닐까. 그리고 비파는 ‘좋은 소리’와 장인정신이라는 고유의 가치를 지키는 쪽을 택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트렌드에 뛰어드는 걸 주저하지도 않았다. 좋은 기술이 있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소렌슨 CEO의 말은 이런 비파의 철학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의 치열한 시장에서 훌륭한 디자인은 결정적인 이점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제품이 작고 아름다워진다고 해서 성능을 희생하는 방향으로 타협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제품들은 당신이 그 두 가지를 모두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Editor_최승우

swchoi@dnolt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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