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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30

FILM 좀 특이한 뱀파이어 영화들

페이크 다큐멘터리, 서부극, 느와르까지 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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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에서 뱀파이어는 무궁무진한 소재의 원천이다. 초인적인 힘과 지성, 아름다움과 악마적 섹시함을 동시에 갖춘 이 매력적인 몬스터는 수많은 영화에서 소비되고, 또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어왔다. 이는 단지 호러물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고전적인 뱀파이어의 개념을 따르면서도 벗어나고, 또는 다른 장르를 비틀어 넣은 약간 독특한 뱀파이어 영화들을 모아봤다.     



1. 엔드 오브 디 어스 (Ends of the Earth,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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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오브 디 어스>는 독창성과 기괴함이 넘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세계여행을 떠난 친구 중 한 명이 파리에서 만난 여자에게 기묘한 일을 당하고, 인간을 초월하는 능력과 흡혈의 욕구가 생기는 등 뱀파이어로 변해가는 37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 와중에 점점 위험하게 변하는 친구를 지켜보는 사람과, 그 친구를 해칠지도 모른다는 또 한 사람의 불안과 혼란이 핵심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방식이야 너무 흔하지만, 이 작품은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려서(감독 겸 주연배우들도 본명으로 등장한다) 마치 진짜로 한 편의 여행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몰입감을 증폭시킨 점이 돋보이는 영화다. 공포지수를 높이는 시각효과의 퀄리티도 준수하다.



2. 죽음의 키스 (Near Dark,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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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속으로>, <허트 로커>의 캐스린 비글로우 감독을 할리우드의 기대주로 만든 영화다. 뱀파이어와 서부극, 느와르가 혼합되고, 일렉트로닉 밴드 탠저린 드림의 몽환적인 음악이 시종일관 흐르는 어둡고 기묘한 영화. 비글로우의 특징적인 스타일인 느릿느릿하고 과격한 액션, 숨통을 죄는 긴장감이 넘친다. 등장하는 뱀파이어 집단은 50년대 영화에서 유행했던 바이크 갱단과 흡사하며, 배경이 되는 미국 미드웨스트의 풍경, 경찰과의 대치장면 등은 서부영화의 그것과 닮아 있다. 특히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기고 총격전을 벌이던 뱀파이어가 총알구멍으로 새어 들어오는 햇빛으로 상처를 입는 장면 등, 유치무쌍한 번역명과 다르게 스타일리시한 이미지가 넘친다.     



3.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A Girl Walks Home Alone at Night,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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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어가 등장하는 이란 영화, 100% 흑백, 뱀파이어 소재라는 요소들을 합쳐보면 이 영화는 어떤 족보에도 우겨넣기 힘들다. 주인공은 은빛 미러볼 아래에서 춤추는 걸 좋아하고, 밤마다 아이라인을 그리고 검은 차도르를 쓴 채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특이한 뱀파이어 소녀다. 그녀가 밤거리에서 우울함과 외로움에 지친 한 소년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일이 메인 스토리다. 그러나 <트와일라잇>처럼 뱀파이어 버전 틴에이저 로맨스를 기대하거나, 아니면 물고 찢고 피가 튀는 호러를 기대했다가는 실망하기 딱 좋다. 그보다는 적막한 도시의 풍경 위로 흐르는 강렬하고 매혹적인 음악, 감각과 스타일이 뚝뚝 흐르는 흑백 영상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화다.     



4. 렛 미 인 (Let The Right One In,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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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미 인>은 뱀파이어 관련해서 전승되는 기존 설정들을 충실하게 따른다. 햇빛을 접하면 죽고, 불노불사지만 정신연령은 죽을 때 그대로이며, 초대 없이는 인간의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점 등. 현대 뱀파이어 영화들이 뱀파이어의 괴력과 섹슈얼리티에 무게를 둔 반면, 전통적 규칙을 고수한 이 영화는 오히려 세련된 호러이자 동화가 되었다. 완전히 다른 세계에 속해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무의식 중에 서로를 채워주고, 결국 상대를 변화시키는 소년소녀의 모습은 그 자체가 관계에 대한 깊은 고찰이자 성장담이다. 흑발 뱀파이어 소녀와 금발 인간 소년의 선명한 대비, 밤이면서도 낯처럼 빛나는 스톡홀름의 빛나는 설경은 잊을 수 없는 시각적 매력을 선사한다.     



5. 써티 데이즈 오브 나이트 (30 Days Of Night,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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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알래스카의 배로우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진행된다. 이곳 특유의 자연현상인, 겨울에 해가 뜨지 않는 ‘극야현상’은 영화를 위한 완벽한 무대를 연출한다. 도시가 어둠에 잠긴 첫날 의문의 뱀파이어들이 마을로 숨어들고, 고립된 마을사람들을 가차없이 살육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의 최대 매력이라면 팽팽하다 못해 끊어질 듯한 긴장감이다. 활극의 카타르시스를 포기한 대신 철저하게 정적이고 심리적인 공포에 몰두해서 성공한 케이스. 뱀파이어들보다는 생존자들의 시각에서 영화가 진행되는데, 외부와 고립된 상황에서 느끼는 극도의 공포와 외로움, 생존하고자 하는 의지, 정체를 모르는데다 월등하게 강한 적과 싸워야 하는 절망 등이 전반에 흐른다.     



6. 슬레이어 (Vampires,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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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호러의 거장 존 카펜터의 <슬레이어>는 앞서 등장한 <죽음의 키스>처럼 뱀파이어물과 서부활극의 혼종에 가깝다. 뱀파이어들은 기존 뱀파이어물의 존재들과는 약간 차이가 있는데, 조직력을 지니고 움직이는 마피아에 가깝다. 이들과 싸우는 주인공들은 교황청을 돈줄로 삼고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현상금 사냥꾼이다. 세련된 연출이나 영상미는 없지만 저예산 영화 특유의 투박함과 강렬한 액션이 돋보이는 작품. 가죽재킷과 선글라스, 석궁으로 무장한 뱀파이어 사냥꾼에게서는 서부의 총잡이 같은 간지가 넘치고, 뱀파이어 두목의 인간 학살 장면에서는 피가 흩뿌려지는 고어물의 잔인함을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진 흥미로운 오락영화.     



7. 뱀파이어에 관한 아주 특별한 다큐멘터리 (What We Do in the Shadows,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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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공동생활을 하는 뱀파이어들의 집을 찾아 취재를 한다. 말하자면 ‘인간극장’ 같은 생활밀착형 휴먼 다큐멘터리의 뱀파이어 버전인 셈이다. 어떤 식으로 인간을 사냥하는지, 여가시간에는 뭘 하는지, 인간과 사랑에 빠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뱀파이어들의 생태가 생생하게 드러난다. 당연하게도 처음부터 끝까지 웃기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다. 십자가를 걸고 촬영에 임했고 자신들을 물지 않겠다는 합의를 받았다는 제작진의 진지한 태도에서부터 병맛과 또라이의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무엇보다 인간과 다름없는 일상생활을 하지만 결코 인간과 같아질 수 없는 뱀파이어들의 처지가 독특한 개그 코드를 만들어낸다.



Editor_최승우

swchoi@dnolt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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