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CULTURE

2019.07.19

ART 럭셔리 브랜드가 예술과 만나는 방법

그들은 돈보다 가치 있는 일에 몰두한다

본문

"문화의 성숙도는 본전을 뽑는 방식으로 돈을 쓰는 게 아니라 얼마나 다양하고 괴팍하게 돈을 쓰느냐 하는 데서 드러나요."  


일본의 작가 시마다 마사히코의 소설 <악화>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문화와 자본의 관계에 대한 핵심을 찌르는 말이다. 문화의 수준은 이익 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는 자본의 논리만으로 결정될 수 없다. 보다 긴 시간을 들여 문화적 다양성이 꽃필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과정이 필요다. 결국, 단순히 경제적 관점으로 봤을 때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일의 반복이 된다.


그래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럭셔리 기업이나 브랜드들은 순수한 예술 콘텐츠에 투자하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상업적인 목적을 지우고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의 자본 덕분에 소비자들은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되고, 브랜드들은 보다 세련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으니 서로 윈-윈이 되는 셈이다. 아래 두 가지는 그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절대로 팔지 않는 예술품, 피렐리 캘린더(Pirelli Calendar) 


c34fa4f446371fe8d705b1713a275ca4_1563524755_7294.jpg

 


피렐리는 창립 140년이 넘은 이탈리아의 타이어 제조업체다. 지난해부터는 F1 타이어도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는 세계적인 브랜드다. 피렐리 캘린더는 이 회사에서 매년 한정판으로 제작하는 달력이다.


피렐리 캘린더의 특징은 돈이 많다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상품이 아닌 예술품’이라는 원칙 아래 절대로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대신 매년 피렐리가 인정한 명사 2만 명에게 선물로 주어진다. 


달력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처음 낸 건 피렐리 영국 지사였다. 1964년에 비틀즈 마니아라면 무조건 다 아는 사진작가 로버트 프리만, 펭귄북스의 아트 디렉터로 유명한 데릭 버솔이 1호를 만들었다. 이후 최고의 사진작가, 최고의 모델, 최상의 장소 조합으로 ‘독자적인 가치와 퀄리티의 예술품’을 추구하는 것이 피렐리 캘린더의 또 다른 원칙이 됐다. 참여한 작가들을 보면 스티브 맥커리, 애니 레보비츠, 닉 나이트 등 전부 사진계의 전설적인 인물들이다. 모델로는 오노 요코, 케이트 모스, 세레나 윌리엄스, 지젤 번천, 패티 스미스 등 셀러브리티들이 대거 거쳐갔다.


피렐리는 2004년 밀라노의 낙후된 공장을 개조, 피렐리 앵거 비코카(Pirelli HangarBicocca)라는 비영리 미술관도 설립했다. 유명 작가들의 전시를 시민들에게 무료 공개하고, 실험적인 신진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감각적인 온라인 아트 매거진, 나우네스(Nowness) 

c34fa4f446371fe8d705b1713a275ca4_1563524591_0838.jpg


나우네스(https://www.nowness.com)는 일종의 온라인 아트 매거진이다. 루이비통, 디올, 마크 제이콥스, 도나 카란, 펜디 등 수많은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럭셔리 그룹 LVMH가 만들었다. 


2010년 오픈한 나우네스는 이제는 예술, 문화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자신의 프로필을 올리고 싶어 하는 사이트로 성장했다. 예술, 디자인, 여행, 패션 등에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특히 장르 불문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독립 아티스트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가장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온라인 채널로 알려져 있다.


나우네스는 106가지의 토픽을 가지고 5~10분의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각각의 높은 퀄리티 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큐레이션 덕분에, 보다 보면 마치 커다란 갤러리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유명 아티스트들과의 협업도 자주 이루어진다. 나우네스에 이름을 올렸던 아티스트들의 면면을 보면 하나같이 ‘힙한’ 인물들이다. 뷔욕, 데이비드 린치, 플로렌스 웰츠, 클로이 세비니, 데이비드 호크니 등이 그 주인공이다. 



Editor_최승우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