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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계의 시벨리우스 앰피온의 유혹 헬륨 510
by 틴맨 posted   17-02-14 14:28(조회 9,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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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북구 한구석에 숨어있는 핀란드는 우리와 별 연관이 없다. 무역량 그리 많지 않고, 인적 교류도 드문 편이다. 단, 요즘 유럽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다양화되면서, 이제는 핀란드쪽에도 조금씩 시선을 겨누고는 있다. 대개 이럴 경우, 발트해 3국과 생 페테르부르크 정도를 함께 엮어서 돌고, 이후 스웨덴으로 건너가는 식이지, 오로지 핀란드만 겨냥하지 않는다.
  
한데 한때 우리나라에 핀란드 바람이 분 적이 있다. 바로 자이리톨 껌 CF 때문이다. 핀란드에서는 수시로 자이리톨 성분이 들어간 껌을 아이들이 씹어서 치아 상태가 좋다는 것이, 그 CF의 골자였다. 이게 과연 타당한 말일까?
  
실제로 전세계를 대상으로 치아 상태를 점검하면, 핀란드 사람이 제일 좋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린이의 충치 개수로 비교해보면, 우리가 평균 3.9개인데 반해, 핀란드는 0.9개다. 무려 4배 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그 핵심에 바로 자이리톨 성분이 있는 셈이다.
  
이것은 천연 감미료의 일종으로, 단 맛이 나지만 인체에 무해하다. 핀란드에서 흔히 찾을 수 있는 자작나무를 가져다가 오랜 시간 끓이면 여러 성분이 함유된 원액이 나온다. 이것을 잘 분리해서 자이리톨을 찾아내는 것이다.
  
뭐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지만, 어쨌든 핀란드 하면 우리에게 자이리톨 껌이 떠오르니 할 수 없다. 그리고 또 하나가 바로 시벨리우스다. 핀란드의 국민 작곡가 시벨리우스. 이미 <핀란디아>라는 작품은 우리의 필청 리스트에 들어있다. 평생 핀란드에 갈 일은 없어도, 이 음악을 주구장창 들은 애호가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핀란드엔 시벨리우스 말고 딱히 떠오르는 작곡가가 없다. 이게 바로 소국(小國)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물론 잘 찾아보면 뛰어난 인물이 있겠지만, 일반적인 견지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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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시 휘뵈넨(Anssi Hyvonen)

이런 와중에 꼭 언급할 인물이 바로 안시 휘뵈넨(Anssi Hyvonen)이다. 현행 앰피온이라는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CEO 겸 스피커 디자이너인데, 마치 시벨리우스처럼 척박한 핀란드 오디오 환경에서 독야청청 빛나는 분이다.
  
핀란드라는 나라에는 무려 20만 개가 넘는 호수가 있고, 천연자원이 무궁무진하지만, 인구가 적다. 고작 550만 정도니, 우리 서울시 인구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또 일인당 GDP가 4만5천만불이 넘으니, 인건비 또한 어마어마하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세계적인 스피커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개천에 용이 난 꼴이요, 일종의 미러클에 속한다. 그런데 이런 동화를 현실로 만든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앰피온이 가진 특별한 마술 덕분이 아닐까 싶다.
  
원래 휘뵈넨씨는 14살 무렵부터 오디오에 관심이 있었다고 한다. 하긴 길고 추운 겨울을 나려면, 실내에서 뭔가 몰두할 것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음악과 오디오는 좋은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물론 그때부터 자작도 해보고, 연구도 하면서, 차츰 꿈을 키워나갔다. 이 당시 제일 흥미를 가진 것은 녹음 스튜디오의 마스터링 작업이었다. 즉, 녹음된 자료를 이리저리 믹싱하고 편집하면서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들을 수 있는 음을 만드는 과정이 바로 마스터링인 것이다. 이른바 황금의 귀를 가진 분들만이 손을 댈 수 있는 분야인 것이다.
  
여담이지만, 동사는 결국 2014년에 정식으로 크리에이트 시리즈를 런칭한다. 바로 스튜디오용 모니터를 별로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액티브가 아닌 패시브 타입으로. 이래저래 본인이 희망했던 분야를 결국 어떤 형태로든 현실로 만든 셈이다.
  
아무튼 본인은 대학에서 전자공학이나 물리학을 채택하기 않고, 비즈니스로 향했다. 아마 당시 핀란드에서 스피커를 만든다는 것은 거의 미친 놈 취급을 받았을 테니까 어쩔 수 없이 그쪽 방향으로 돌아야 했을 것이다. 이후 말레이시아에서 10년간 근무하면서 아시아의 오디오 환경이나 음악 취향을 알게 되는 계기도 맞이한다. 그러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귀국, 과감히 앰피온을 설립한 것이다.
  
앰피온의 가장 큰 특징은 개인적으로 “스몰 박스, 빅 사운드”라고 본다. 즉, 그리 크지 않은 용적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저역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런 음향 철학을 가진 메이커는 극히 드물다. 애호가 입장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만한 순간이다.
  
또 하나 개인적으로 좋게 생각하는 것은, 일종의 적극적인 표현력이다. 즉, 차갑고 냉정하게 분석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들이 신이 나서, 말 그대로 피가 통하는 음악을 재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미덕을 가진 스피커 또한 거의 없다. 당연히 이번에 만난 헬륨 510에도 그 장점이 충분히 발휘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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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의 외관은 하위 모델인 410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마감에 따라 다르지만, 가격적인 면에도 크게 부담이 없다. 그러므로 보다 저렴한 410이 더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런데 높이를 보면 316mm. 전작에 비해 정확히 17mm가 더 커졌다. 고작 그 사이즈 갖고 그러냐 싶겠지만, 스펙면에서는 눈부신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무려 47Hz~30KHz를 커버하고 있으니까.
  
사실 PC용 스피커를 상정한다면, 저역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무래도 모니터 상으로 보는 것은 주로 인터넷이나 문서 작성 혹은 사진 관리 등이기 때문이다. 가끔 해외 축구나 야구를 하이라이트로 보는 정도? 그러니 쿵쿵거리는 저역은 오히려 부담이 된다. 사이즈 면에서 410이 가장 이상적인 포름이라 하겠다.
  
반면 본 기는 보다 오디오파일 지향이라고나 할까? PC라고 하면 최소 27인치 이상의 모니터를 구축하고, 최상의 비디오 카드로 무장해서 게임 정도를 넉넉히 할 수 있는 환경이 그려진다. TV 옆에 놓는다고 해도 최소 50인치 이상을 상정해볼 수 있다. 당연히 전문 음악 감상용으로 쓴다면, 정식으로 스탠드를 설치하는 편이 좋다.
  
그렇다고는 해도, 본 기는 특별히 넓은 에어리어를 커버하는, 음의 확산성을 주무기로 삼고 있다. 이럴 경우, 설치의 제약에서 좀 자유로운 편이다. 또 핀 포인트를 벗어난 지점에서도 충분히 2 채널 음향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심지어 두 스피커 사이에 모니터나 TV가 있어도 어느 정도 스테레오 이미지가 가능하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단순히 스피커 제작뿐 아니라, 룸 어쿠스틱이나 여러 음향학적인 배려가 충분히 투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동사는 이를 UDD라고 부르는데, 본 기에도 적절히 투입되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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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의 유닛 구성을 보면, 1인치짜리 티타늄 트위터는 410과 동일하다. 단, 미드베이스의 경우, 4.5인치에서 5.25인치짜리로 약간 커졌다. 그런데 그 사이즈의 증가에 따라, 저역으로 뻗는 리스폰스가 무려 47Hz에 달하고 있다. 저역 재생에 특필할 만한 테크놀로지를 보유한 앰피온이긴 하지만, 이 정도로 저역 묘사가 뛰어날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한편 매칭 앰프를 보면, 20~100W 정도를 요구하고 있다. 아마도 70W 정도의 인티 앰프라고 하면 좋은 반려자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번 시청에 동원된 것은 콘스텔레이션의 인티 1.0이다. 거기에 소스기는 루민의 T1을 붙였다. 심플한 구성이지만, 그 음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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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작은 북쉘프로 말러라니, 도무지 가당치 않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말러의 기세나 개성이 충분히 포착이 된다.
투티시에 놀랍도록 강력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이거 너무한 거 아냐, 싶을 정도로.


첫 곡으로 들은 것은, 버나드 하이팅크 지휘, 말러의 <교향곡 1번 1악장>. 역사적인 말러의 첫 교향곡으로, 거인이 서서히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고 활기를 찾는 모습이 일목요연하게 그려진다. 사실 이 작은 북쉘프로 말러라니, 도무지 가당치 않지만, 실제로 들어보면 말러의 기세나 개성이 충분히 포착이 된다. 각종 관악기의 낭랑한 음향, 현악군의 기민한 움직임, 퍼커션의 돌발적인 돌진 등이 잘 어우러져, 투티시에 놀랍도록 강력한 임팩트를 선사한다. 이거 너무한 거 아냐,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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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음을 쉽게 내뱉고, 스피드가 빠르며, 위상 관리가 뛰어나다. 
약간 적극적이면서 다정다감한 음색은 정말로 특필할 부분.

  
이어서 조피 무터가 연주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 제1악장>. 영롱하게 피아노가 반주하는 가운데, 바이올린의 다양한 테크닉이 눈부시게 포착된다. 때론 긁고, 때론 뜯고, 그러다 더블 스토핑으로 강력하게 어필하다 잔잔하게 침잠하는 등, 일체 빈틈이 없다. 그 음의 새김이 깊고, 컬러가 진하면서, 아련한 뒷맛도 선사한다. 기본적으로 음을 쉽게 내뱉고, 스피드가 빠르며, 위상 관리가 뛰어나다. 약간 적극적이면서 다정다감한 음색은 정말로 특필할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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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브라토라던가 숨을 내쉬는 등 다양한 표정이 너무나 사실적이다. 
소름이 돋는다. 또 이런 연주는 너무 말쑥해도 안된다. 
적절하게 거친 맛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엘라와 루이가 함께 한 <Tenderly>는, 과거 좋았던 시절의 녹음. 대역은 그리 넓지 않으나, 충실한 중역대를 중심으로 밀도 높은 음이 재생된다. 일단 낭랑한 트럼펫 솔로. 마치 혼 타입에서 나오는 듯, 에너지가 출중하다. 이어서 차분하게 엘라가 받고, 능숙한 솜씨로 노래한다. 그러다 사치모가 나올 땐 온 몸에 전율이 일 정도. 비브라토라던가 숨을 내쉬는 등 다양한 표정이 너무나 사실적이다. 소름이 돋는다. 또 이런 연주는 너무 말쑥해도 안된다. 적절하게 거친 맛이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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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들어보면 킥 드럼이나 베이스 라인이 무척 선명하다. 또 깊게 떨어진다. 
들으면서도 계속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반문하게 된다. 
대체 스피커에 무슨 주문을 걸었단 말인가?


마지막으로 에릭 클랩턴의 <Give Me Strength>. 마치 영가처럼, 뭔가 구원을 갈망하는 느낌이 강한 곡이다. 배후에 강력하게 올갠이 흐르는 가운데, 명징한 기타가 구성지게 솔로를 이어간다. 에릭 특유의 약간 텁텁한 보컬이 나올 땐, 뭔가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밀어닥친다. 자세히 들어보면 킥 드럼이나 베이스 라인이 무척 선명하다. 또 깊게 떨어진다. 들으면서도 계속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반문하게 된다. 대체 스피커에 무슨 주문을 걸었단 말인가?

Written by 이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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