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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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피온을 향한 첫 걸음 헬륨 410
by 틴맨 posted   17-02-01 17:44(조회 9,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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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난 핀란드의 스피커 메이커 브랜드 명이 앰피온(Amphion)이다. 우리가 흔히 알파벳을 접할 땐, 아무래도 영어를 기준으로 발음하기 때문에 앰피온이 되었다. 그러나 핀란드와 같은 북구쪽은 독일어권과 가까워서, 마치 핀랜드가 아닌 핀란드로 읽듯, 앰피온 역시 암피온이 맞다. 물론 어차피 앰피온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앞으로 앰피온으로 통일할 생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앰피온으로 검색하면 별 뜻이 나오지 않는다. 대신 암피온으로 하면,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여러 의미가 도출된다. 특히, 암피온과 제투스, 니오베, 테베 등이 함께 나와, 이 부분에 대한 정리가 일단 필요할 듯싶다.
  
암피온은 제투스와 쌍둥이 형제지간이다. 제우스와 안티오페 사이에서 출생해서, 후에 테베라는 왕국을 건설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이후, 테베의 왕이 되어 아내 니오베와 행복하게 살았다. 워낙 정력이 좋은 탓인지, 무려 7남7녀의 자녀를 탄생시킨 것이다. 거기까진 좋다. 그러다 레토(Leto)라는 여신에게 이 부분을 자주 자랑했던 모양이다. 
  
당시 그 여신은 슬하에 1남 1녀만 두고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바로 아폴론과 아르테미스니까. 결국 이 두 남매가 군대를 일으켜 테베를 침공, 암피온의 아이들과 아내를 살육하기에 이른다. 거기서 깊은 상실감을 맛본 암피온은 끝내 자결하고 만다. (혹은 전투 중 전사했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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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런 스토리를 훑어보면, 스피커 회사와 별 관련이 없어 보인다. 그런데 왜 이 비운의 왕을 브랜드 명으로 채택했을까? 바로 그가 하프의 달인이기 때문이다. 즉, 음악을 무척 좋아하고, 명랑한 성격의 왕이었던 것이다. 대개 그리스 신화에서 하프의 명수로 등장하는 인물은 오르페우스지만, 암피온도 그에 못지않았던 모양이다.
  
사실 오디오 브랜드명은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일단 기억하기 쉬어야 하고, 남과 달라야 하며, 음악과 모종의 관계가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오디오니 뮤직이니 하는 틀에 박힌 말 대신, 뭔가 새롭고, 흥미로운 단어를 찾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앰피온은 적절한 선택을 했다고 본다.
  
자, 이번에 만난 것은 헬륨(Helium) 410이란 모델이다. 동사엔 헬륨 말고도 아르곤과 크립톤이 있다. 모두 화학 원소에 해당하는 단어들로, 일반적으로 잘 쓰는 용어는 아니다. 그런데 이런 단어를 과감히 모델명에 쓴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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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우리가 사는 환경을 생각해보면, 이런 숱한 화학 원소들이 상존하고 있다. 우리가 숨을 쉬건, 물을 마시거나 할 때, 이런 요소들이 꼭 들어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음악 역시 우리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즉, 이런 헬륨이나 아르곤처럼, 음악도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것이다. 거기서 앰피온과 같은 스피커는 필수가 아니겠는가, 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물론 개인적인 상상이지만.
  
헬륨 410은, 현행 앰피온의 라인업 중 제일 가격이 저렴하다. 일단 크기부터 작다. 높이라고 해봐야 260mm 정도밖에 되지 않고, 무게도 3.5Kg밖에 하지 않는다. 쉽게 말해 작은 영한사전 크기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제품은, 앰피온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인 만큼, 상급기의 노하우와 음향 철학이 골고루 배어있다. 특히, 동사는 홈 오디오뿐 아니라 스튜디오 모니터도 적극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 얻는 지식이 적극 반영되어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일단 본 기를 가정에서 쓴다고 상정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공간은 PC 모니터 옆. 그러니까 일종의 데스크 탑용 PC의 양쪽 자리가 되겠다. 그렇다면 당장 피씨용 스피커 내지 피씨 파이의 악세서리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대개 이런 제품은 성능보다는 기능성에 주목하고 또 디자인에 치중하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적인 음악감상용으로서 또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도 뛰어난 제품은 시장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다. 바로 그 빈자리를 차지한 것이 본 기라 하겠다.
  
물론 꼭 PC용으로만 사용할 필요는 없다. 이를테면 TV 양옆에 놔서 드라마, 스포츠 중계, 영화 등을 골고루 즐길 수도 있고, 2채널 하이파이용으로 사용해도 손색이 없다. 실제로 음을 들어보면, 작은 공간에서 제대로 세팅했을 때 어지간한 북셀프 스피커 뺨칠 정도로 알찬 퍼포먼스가 나온다.
  
제품의 구성을 보면, 전면에 두 개의 드라이버가 배치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상단의 트위터 주변엔 일종의 웨이브가드가 설치되어, 음의 방사 패턴을 보다 정교하게 만들고 있다. 이 수법은 앰피온의 제품 모두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1인치 구경의 티타늄 진동판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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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밑의 우퍼는 그리 크지 않다. 하긴 인클로저의 용적 자체가 작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는 하다. 4.5인치 구경으로, 페이퍼 콘이 투입되었다. 물론 전통적인 페이퍼가 아닌, 페이퍼를 주성분으로 한 복합 물질로 보면 좋다. 
  
본 기는 작은 사이즈에도 불구하고, 60Hz~20KHz까지 넉넉히 재생한다. 음을 들어보면 약 50Hz 언저리까지 떨어지지 않나 싶은데, 엄격하게 잣대를 들이대서 60Hz로 표기한 것 같다. 대신 고역은 여타 스피커처럼 20KHz까지 충분히 커버가 된다. 크로스오버 포인트는 1.6KHz. 여기서 트위터의 대역이 매우 넓고, 에너지가 출중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한 가지 체크할 부분은 감도. 8옴짜리로 86dB가 제시되고 있다. 86dB? 그렇다면 어느 정도 출력이 있는 앰프가 필요하겠지만, 동사는 20~80W 정도의 출력을 권장하고 있다. 이것은 아무리 피크가 와도 8오옴 이하로 떨어지는 법이 거의 없다는 뜻이 된다. 그러니 3극관을 채용한 싱글 앰프가 아니라면, 대충 어떤 앰프를 걸어도 구동이 된다.
  
참고로 본 기는 비록 저가에 속하지만, 100% 핸드로 당당히 메이드 인 핀란드다. 뭐, 이런 정도의 제품이야 제3국에서 OEM으로 대량 생산하면 되지 않냐 싶지만, 동사는 고집스럽게 본사에서 수공업 생산을 고집하고 있다. 또 제품 하나하나에 대한 계측과 테스트를 완비하고 나서야 출시가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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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수려한 외관에는 다양한 옵션도 포함된다. 인클로저 색상 자체는 블랙 또는 화이트지만, 트위터 및 미드베이스의 그릴에 무려 9가지의 컬러가 제안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린이나 브라운, 블루 등 일반적으로 스피커에 쓰이지 않는 색깔도 제공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뭐 애호가의 취향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상당한 강점도 보인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앰프는 콘스텔레이션의 인티 1.0을 사용했고, 소스기는 루민 T1을 사용했다. 제대로 된 앰프와 소스가 투입되니, 본 기의 장점과 잠재력이 일거에 발현된 듯해서 시청 내내 깜짝깜짝 놀랐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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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중역대가 튼실하고 또 밀도감이 높아 바이올린의 굵기나 음색이 진하게 표현된다. 
또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은 
본 기의 사이즈를 훨씬 상회해서 듣다가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첫 곡은 안네 조피 무터 연주로, 베토벤의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망스 No.1 제1악장>이다. 오케스트라가 포실하게 깔린 가운데, 강력한 존재감을 가진 바이올린이 등장한다. 무터로 말하면, 약간 남성적인 느낌이 있는데, 이런 부분이 잘 반영되어있다. 수줍고 연약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셈이다. 일단 중역대가 튼실하고 또 밀도감이 높아 바이올린의 굵기나 음색이 진하게 표현된다. 또 중간중간 터져 나오는 오케스트라의 움직임은 본 기의 사이즈를 훨씬 상회해서 듣다가 깜짝깜짝 놀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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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오케스트라의 스케일이 커져서 투티에 이를 즈음이면, 
도무지 이 작은 스피커에서 재생되는 음이라 믿을 수 없게 된다. 
대체 스피커에 무슨 마법을 부렸단 말인가?


이어서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연주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을 듣는다. 오래 전 녹음이라 좀 고색창연한 부분도 있지만, 의외로 고역이 매끄럽고 시원시원하다. 특히, 피아노의 터치나 음향이 명징해서, 루민스타인 특유의 로맨티시즘이 적절히 반영된, 밝고, 상쾌한 느낌이 묻어난다. 점차 오케스트라의 스케일이 커져서 투티에 이를 즈음이면, 도무지 이 작은 스피커에서 재생되는 음이라 믿을 수 없게 된다. 대체 스피커에 무슨 마법을 부렸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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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특유의 히쓰 음이 들리고, 약간 몽환적인 느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연주가 갖고 있는 서정성과 감촉은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 
점차 릴렉스해져서, 흐뭇하게 미소짓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쳇 베이커의 <Alone Together>는, 3관 구성의 캄보 밴드 연주다. 아날로그 특유의 히쓰 음이 들리고, 약간 몽환적인 느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연주가 갖고 있는 서정성과 감촉은 전혀 훼손되지 않는다. 길고 낭랑하고 달콤한 트럼펫 이후 바리톤 색스가 강력하게 등장하고 이어서 플륫이 바톤을 받는다. 그러다 3관이 어우러져 멋진 하모니를 이뤄낸다. 점차 릴렉스해져서, 흐뭇하게 미소짓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저 황홀한 도시의 밤 풍경이 아름답게 그려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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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 저항감 없이 음악을 받아들이게 만든다. 
우아한 스트링스의 울림에 사뿐히 얹어지는 피아노 터치. 
이제 스피커의 사이즈나 디자인을 잊고, 눈을 지긋이 감은 채, 감상에 몰두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다이애나 크롤의 <S' Wonderful>. 스무스하게 오케스트라가 움직이는 가운데, 경쾌한 보사노바 리듬이 몸을 들뜨게 한다. 보컬로 말하면, 약간 담담하면서도 달콤한 기운이 있다. 이게 크롤만의 매력 포인트. 따라서 일체 저항감 없이 음악을 받아들이게 만든다. 우아한 스트링스의 울림에 사뿐히 얹어지는 피아노 터치. 이제 스피커의 사이즈나 디자인을 잊고, 눈을 지긋이 감은 채, 감상에 몰두하면 된다. 


Written by 이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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