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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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평등주의 앰피온의 첫걸음 3S
by 틴맨 posted   16-12-01 10:23(조회 22,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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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앰피온(Amphion)이라는 브랜드를 처음 들어보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약 10여 년전에 잠시 소개되었다가 그냥 사라지고 말았는데, 가격대비 뛰어난 성능과 디자인 컨셉을 갖추고 있음에도 그렇게 외면당한 것은 참 기이하기만 하다. 그런 면에서 불운의 브랜드라고 해도 좋다. 그러다 이번에 수입선이 열리면서 새롭게 접하게 되었다. 그 첫 느낌은 이랬다.
  
“어떻게 이런 좋은 스피커가 그토록 외면당해왔을까?”
  
국내에 난다 긴다 기라성같은 수입상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앰피온은 철저하게 무시되어온 것이다. 다행히 이번에 제대로 런칭이 되면서 그 진가를 단단히 펼쳐보이게 되었으니, 애호가의 입장에서 정말로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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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피온 Argon 3S


앰피온은 핀란드 산이다. 핀란드 하면, 호수와 숲이 많고, 건축과 디자인 등에서 빼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정도만 생각난다. 그만큼 우리와 거리가 먼 것이다. 예전에 자크 시락 프랑스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다. 국빈이 왔다고 한껏 솜씨를 뽐내고 대접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미식의 나라 수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간 영국을 빼놓고 이렇게 맛없는 음식은 처음입니다.”
  
하긴 춥고, 황량한 지역에서 무슨 먹거리가 그리 많을까? (하지만 요새는 무공해 식품으로 주목을 받는 모양이다) 어쨌든 시벨리우스라는 걸출한 작곡가를 배출하고, 알바 알토라는 국민 건축가가 나온 나라다. 문화면에서 그 콧대는 프랑스 못지않은 것이다. 바로 이 나라의 대표 스피커가 앰피온인 것이다.
  
참고로 이 나라의 면적은 약 34만 평방 킬로미터. 우리 남한 땅의 세 배가 넘는다. 인구라고는 고작 5백3십만 정도에 불과하지만, 개인별 GDP는 무려 4만5천불이 넘는다. 또 평균 수명이 79세에 이를 만큼, 일종의 장수국가다. 4~50대의 급사가 많고, 각종 성인병에 시달리는 우리와 비교하면, 거의 천국이나 다름없다.
  
한데 이 나라의 복지 수준이 높은 만큼, 그 바탕이 되는 평등주의가 본 앰피온에도 반영되어 있음이 흥미롭다.
  
“핀란드의 대부분 숲은 일종의 사유지다. 그렇다고 그런 숲을 감상하는 것은 사유화되지 않았다. 모두가 즐길 수 있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모든 인간은 음악을 즐길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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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씨 히뵈넨(Anssi Hyvonen)


바로 이런 음향 철학을 앰피온의 설립자이면서 디자이너인 안씨 히뵈넨(Anssi Hyvonen)씨가 갖고 있다. 그런 평등주의는 이번에 만난 아르곤 3S에도 잘 반영되어 있다. 그 핵심에 트위터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티타늄을 소재로 한 이 트위터는 넓은 방사각을 자랑한다. 그러면서 혼과 같은 직신성도 놓치지 않는다. 사진에서 보면 알 수 있지만, 트위터 주변에 일종의 홈처럼 패인 형태를 주변에 설치해놨다. 웨이브가드라고 부른다. 쉽게 말해 혼 라이크(horn like)한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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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피온 Argon 3S의 트위터


어디 그뿐인가? 주파수 대역을 최대한 넓혀서, 밑으로 1.6KHz까지 커버하게 했다. 통상 3KHz 정도에서 끊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광대역이다. 이렇게 트위터가 담당하는 범위가 넓을수록, 에너지라던가 개방감 등이 따라서 올라간다. 참고로 본 트위터는 위로 25KHz까지 올라가고 있다.
  
아무튼 이렇게 유능한 트위터를 고집하는 것은, 이른바 스위트 스폿을 최대한 넓게 만들기 위해서다. 즉, 핀 포인트로 해서 고개만 조금 돌려도 음장이 흐트러지는 것과 대비, 여러 사람이 넉넉하게 즐길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평등주의라는 말이 나오는 셈이다.
  
한편 이와 커플링되는 미드베이스는 가볍고, 딱딱하고, 빠른 알루미늄을 소재로 했다. 6.5인치 구경이다. 그런데 무려 30Hz까지 밑으로 뻗는다. 그간 많은 2웨이 북셀프를 봤지만, 이런 광대역은 거의 드물다. 특히, 드라이버의 구경이 크지 않고, 인클로저가 거대하지도 않은 가운데. 이런 스펙을 구현하는 것은 거의 기적과 같다. 음을 들어보면 확실히 어지간한 톨보이 부럽지 않다. 또 상당히 명료하고, 정확한 저역이 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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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앰피온 Argon 3S의 미드레인지와 래디에이터

  
그 이유 중 하나는 인클로저 뒷면에 배치된 래디에이터다. 즉, 일반적인 베이스 리플렉스 방식을 택하지 않고, 래디에이터를 동원한 것이다. 사실 전자의 경우, 포트를 써야 하고, 그게 후면에 배치될 때 아무래도 뒷벽과 일정한 거리를 둬야한다는 부담이 있다. 쉽게 말해, 설치에 제약을 받는 것이다. 반면 래디에이터를 투입하면, 스피커 감도 면에서 좀 손해를 보지만, 보다 명료하고 정확한 저역의 재생은 물론, 뒷벽과 좀 가깝게 둬도 큰 무리가 없는 것이다. 
  
사실 동사는 스피커뿐 아니라 오랜 기간에 걸쳐 룸 어쿠스틱도 연구해왔다. 스피커가 앰프나 소스기와는 달리, 공간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없이는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래디에이터라는 선택은 꽤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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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내부 배선재를 은도금 동선으로 했다거나, 아르젠토에서 만든 바인딩 포스트를 동원하는 등, 세세한 부분에도 만전을 다했다. 겉에서 보면 평범한 박스형 디자인이지만, 안에 담긴 내용은 어느 톱 브랜드 못지않은 것이다. 
  
본 기는 8오옴짜리 87dB의 내용을 갖는 스피커다. 약간 감도가 떨어지지만, 대신 임피던스 특성이 평탄해서, 20W 정도면 충분히 구동이 된다. 메이커에선 20~150W 사이의 출력을 권장하고 있으니, 50W급의 진공관 내지는 100W급의 솔리드 스테이트면 충분하다고 본다. 거기에 단단한 스탠드를 잘만 받쳐주면, 다이내믹하면서 감촉이 좋은 음을 만끽할 수 있다. 특히, 요즘 스피커들이 다소 해상도에 치중해서 음 자체의 에너지나 활력이 부족한데 반해, 본 기는 힘이 솟을 만큼 에너지가 출중하다. 어떤 음악을 들어도 생명력이 넘치고, 생기발랄하다. 요즘 이렇게 기분 좋은 제품은 거의 만난 적이 없다. 그럼 차근차근 시청에 들어가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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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의 시청을 위해 드비알레의 Expert 220 Pro를 동원했다. 여기에 투입된 DAC와 앰프를 모두 사용한 것이다. 소스는 맥 프로에 담긴 음원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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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음에 심지가 있다. 강한 힘이 느껴진다.
작은 몸체인데도 시청실을 가득 감싸는 에너지가 일품이다. 
이렇게 파워풀한 스피커는 요즘 보기 드물어서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았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하이팅크 지휘, 브람스의 <교향곡 3번 3악장>. 프랑소와 사강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 테마 음악으로 쓰일 만큼 널리 알려진 악장이다. 일단 음에 심지가 있다. 강한 힘이 느껴진다. 그러면서 유장하고, 여유롭게 흘러간다. 넉넉한 마음이 들 정도다. 일체의 통 울림이 느껴지지 않으면서, 음 자체의 존재감이 대단하고, 배음이나 잔향도 뛰어나다. 작은 몸체인데도 시청실을 가득 감싸는 에너지가 일품이다. 이렇게 파워풀한 스피커는 요즘 보기 드물어서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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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역의 리스폰스가 빠르고, 고역의 개방감은 수준급이다. 
대역도 꽤 넓게 다가온다. 이게 과연 북셀프가 맞나, 연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어서 키신이 어릴 적에 연주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 1악장>. 과연 신동이라 불릴 만한 솜씨다. 40대 중년에나 나올 법한 내공이 발견된다. 약간 로맨틱하면서 풍부한 감성이 담겨 있다. 반면 배후의 오케스트라는 다소 무겁고 권위적이다. 전반적으로 약간 고답적인 연주다. 그러나 듣기에 좋다. 저역의 리스폰스가 빠르고, 고역의 개방감은 수준급이다. 대역도 꽤 넓게 다가온다. 이게 과연 북셀프가 맞나, 연신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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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 하나하나가 마치 악기를 부는 듯하다. 
그 임팩트가 너무나 강력하다. 
이토록 깊이 가슴에 각인되는 노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빌리 홀리데이의 <I'm a Fool to Want You>를 오랜만에 들어본다. 바이올린군의 트레몰로가 구슬프게 전개되는 가운데, 처연한 홀리데이가 등장한다. 옛 녹음의 정취랄까 정감이 잘 살아있다. 다소 느릿느릿 부르는 목소리엔 숱한 좌절과 아픔을 겪은 인생사가 녹아있다. 발음 하나하나가 마치 악기를 부는 듯하다. 그 임팩트가 너무나 강력하다. 이토록 깊이 가슴에 각인되는 노래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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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 밥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강인하고, 피가 통하는 연주다. 
그러면서 전대역이 매끈하게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오랜 기간 스피커를 만져오면서 쌓인 관록이 풍부하게 발휘되고 있다. 
북셀프 시장에 한바탕 태풍이 불 것 같다.


마지막으로 소니 롤린스의 <St. Thomas>. 스피커 안쪽 깊숙이 드럼이 정위한다. 스네어와 톰톰의 차이가 분명하고, 킥 드럼의 어택감도 정확히 나온다. 심벌즈의 낭랑함은 두 말하면 잔소리. 이어서 근육질의 호방한 테너 색스. 절로 발장단이 나온다. 정말 뜨겁다. 하드 밥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강인하고, 피가 통하는 연주다. 그러면서 전대역이 매끈하게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 모델명에서 알 수 있는 오랜 기간 스피커를 만져오면서 쌓인 관록이 풍부하게 발휘되고 있다. 북셀프 시장에 한바탕 태풍이 불 것 같다.


Written by 이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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