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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스와 노자(老子) 그리고 상선약수(上善若水)
by 틴맨 posted   16-04-16 14:40(조회 9,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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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라고 하면, 즉각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분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도무지 무슨 이야기인지 알 수도 없는 것만 잔뜩 써놓고, 힘들게 읽고 나도 머릿속에 남는 것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철학도 하면, 세상 물정 모르고, 어디 지리산에 들어가 도나 닦아야 하는 인물 정도로 생각하기 쉽다.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철학, 그것도 고대 그리스 철학에 대해 좀 공부해보면, 오늘날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기막힌 지혜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또 이 사람들이나 당시 중국의 철학자들이나 결국 생각하는 것은 비슷하다는 점도 발견할 수 있다. 
  
왜 이런 말을 하냐면, 이번에 만난 턴테이블 및 톤암의 메이커가 탈레스이기 때문이다. 탈레스(Thales)?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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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스는 고대 그리스의 일곱 현자 중 하나로 꼽히는 철학자다. 대략 B.C. 7~6세기 경에 그리스 및 소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했던 7명의 뛰어난 철학자를 “Seven Sage”라고 부르는데, 탈레스가 가장 유명하다. 특히, 나중에 활동했던 아리스토텔레스는, 최초의 그리스 철학자라고 그를 치켜세우고 있다.
  
사실 그는 기본적으로 수학자다. 피라밋의 높이를 계산하거나, 바다에 정박한 배가 해안가에서 얼마나 떨어져있나 연산을 하는 등, 꽤 흥미로운 업적이 많다. 또 그의 주장에 따르면 만물의 근본은 물(水)이라는 것이다. 모든 사물에 물이 포함되어 있고, 이 물의 존재로 인해서 만물이 생성하고 또 변화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노자(老子)의 상선약수(上善若水)의 사상과 부합되는 면도 있다. 노자 역시 만물의 형성이나 행동에 있어서 물의 속성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따른 지혜를 배워라, 일갈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왜 턴테이블 메이커, 특히 톤암으로 유명한 회사에서 탈레스를 브래드 명으로 삼은 것일까? 눈치 빠른 독자라면, 최상의 톤암이 갖춰야 할 미덕이 바로 “물과 같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흐르는” 단계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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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레스 이지톤암


그렇다. 흔히 턴테이블 하면, 베이스의 형태나 구동 메커니즘 또는 카트리지 등에 주목하는데, 실제로 톤암이 역할이 무척 지대하다. 왜냐하면 레코드 홈을 따라 음성 신호를 정확히 읽어내는 일은 전적으로 톤암이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 메이커에선 리니어 트래킹이니 뭐니 해서 일반적인 피봇 방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동사의, 오버행(Overhang)라는 부분에 대한 특별한 고안은, 마치 콜럼부스의 달걀을 연상시키는 탁월함이 있다. 

사실 탈레스는 현재 2종의 톤암, 2종의 턴테이블 그리고 케이블 등을 만들고 있다.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한 메이커가 아니기 때문에, 종수는 단촐하지만, 그 하나하나에 최상의 크패프트맨쉽을 투입해서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고 있다. 이중 톤암이 제일 유명하므로, 이번 회에는 톤암 중심으로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후 다음 회에 턴테이블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루도록 하겠다.

그럼 과연 톤암이 아날로그 플레이어 시스템에서 얼마나 중요한가 한번 따져보자. 물론 턴테이블, 그러니까 빙글빙글 플래터를 지속적으로, 진동 없이 돌리는 기술이 매우 중요하긴 하지만, 음반에 새겨진 그루브를 정확한 각도로 읽어내는 것 역시 중요하다. 거의 5대5의 비중으로, 어느 쪽이 우월하다고 볼 수가 없다.
  
그럼 여기서 그루브를 제대로 읽는 게 뭐 그리 중요하냐 반문이 나올 수 있다. 알다시피 LP의 골을 살펴보면, 깊게 파인 웅덩이를 연상하면 된다. 그중 한쪽이 레프트 채널, 다른 한쪽이 라이트 채널인 것이다. 즉, 아무리 카트리지가 좋고, 니들의 성능이 빼어나다고 해도, 그 각도가 정확히 90도가 되지 않으면 정확한 스테레오를 재생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아지무스라고 해서, 헤드셸과 그에 부착된 카트리지를 세밀하게 조정해서, 정확히 바늘이 직각이 되도록 조정하면 된다. 자, 그럼 다 된 것일까?
  
탈레스의 질문은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된다. 아지무스를 제대로 조정해놓고 음반을 틀었다고 치자. 톤암을 맨 바깥에 위치시키면, 음악이 진행됨에 따라 점차 안으로 들어간다. 어, 그런데 뭔가 좀 이상하다. 뭐가 이상한 것일까?
  
당연히 바깥쪽으로 세팅한 아지무스인지라, 톤암이 안으로 갈수록 교묘하게 각도가 바뀌는 것이다. 이것은 하나의 축을 갖고 톤암을 움직이는, 이른바 피봇 방식의 치명적인 결점이기도 하다. 그것을 여태껏 숙명이려니 하고 살아왔던 것이다!
  
한데 탈레스는 여기서 현묘한 지혜를 내놨다. 즉, 두 개의 톤암을 이용해서, 바깥에서 안으로 갈 때 묘하게 뒤틀리는 각을 헤드셸 자체를 미묘하게 변화시키면서 정확한 아지무스를 실현하도록 고안한 것이다. 그렇다. 두 개의 암이 정교하게 맞물려서, 이른바 오버행이라는 문제를 완벽하게 해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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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안이 정식으로 특허를 받은 날짜가 2004년도 5월 8일. 아직 특허가 살아있기 때문에 뭐라고 단언하기 힘들지만, 만일 특허 기간이 만료된다면 이 방식을 모방한 톤암이 상당히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피봇 방식에 있어서 이 이상의 고안은 현재까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생산되는 두 종의 톤암중, 이번에는 하위 모델인 탈레스 이지를 들었지만, 그 효과는 탁월했다. 참고로 상위 기종인 심플리시티 2의 경우, 전체 오차각이 0.006도 이하라고 한다. 너무 심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실제로 트래킹을 제대로 했을 경우, 아직도 LP엔 들을 만한 음성 정보가 어마어마하다는 점을 이번에 새롭게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므로 오로지 이 톤암만이라도 구입해서 들어본다면,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다.
  
참고로 동사는 톤암 하나하나를 숙련된 장인이 만들고, 거기에 넘버링까지 한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해당 작업자가 다시 손을 보는 식이다. 최고급 시계를 만드는 스위스다운 제품 관리 기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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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레스 TTT-Slim 턴테이블


이번 시청은 탈레스의 TTT-Slim 턴테이블에 탈레스 이지 톤암을 단 가운데, 카트리지는 EMT의 JSD-575를 사용했다. 이것을 CH의 최신 포노 앰프 P1에 연결 후, 역시 CH의 기어인 L1, M1을 거쳐, 최종적으로 매지코의 S7을 통해 재생했다. 가히 호화로운 라인 업인 만큼, 시청을 잔뜩 기대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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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다 보면 유려하면서 매끈하다. 
일체 억지가 없고, 빈틈도 없다. 
빠르면서도 예리하고 그러면서 정감이 넘친다. 
정확한 트레싱이 왜 중요한지 실감하는 순간이다.


첫 곡은 무터 연주,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 카라얀과 빈 필이 보좌한 가운데, 나긋나긋하며 감촉이 좋은 바이올린이 나온다. 사실 약간 남성적이고, 호방한 경향이 있는 무터지만, 여기서는 좀 여성적이다. 특히, 우아하게 펼쳐지는 빈 필 특유의 현악군이 너무나 아름다워, 무터의 존재를 더 특출하게 만든다. 듣다 보면 유려하면서 매끈하다. 일체 억지가 없고, 빈틈도 없다. 빠르면서도 예리하고 그러면서 정감이 넘친다. 정확한 트레싱이 왜 중요한지 실감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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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선도가 대단하다. 
일체 중간에 개입한 것이 없는 스트레이트한 녹음이 주는 신선함이 그대로 이쪽에 전달된다.
무척 오래된 녹음이지만, 악기의 존재감이 매우 사실적이고 또 구체적이다. 
그래서 요즘 녹음된 듯한 신선함까지 느끼게 된다.


존 콜트레인의 <Good Bait>는, 황금기 모던 재즈의 명작 중 하나. 일단 선도가 대단하다. 일체 중간에 개입한 것이 없는 스트레이트한 녹음이 주는 신선함이 그대로 이쪽에 전달된다. 적절한 두께감을 갖고 어택해오는 심벌즈 레가토부터, 바닥을 치는 킥 드럼의 펀치력, 호방하고 또 구수한 색서폰의 질주 등, 저절로 발장단을 하게 만든다. 무척 오래된 녹음이지만, 악기의 존재감이 매우 사실적이고 또 구체적이다. 그래서 요즘 녹음된 듯한 신선함까지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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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꾸는 듯한 청아하고, 달콤한 보컬이 전면을 장악한다. 
이 환상적인 음색이란 대체 뭔가?


아스트러드 질베르토의 <Dindi>는 보사 노바 재즈의 전성기 때 녹음된 트랙. 가히, 꿈을 꾸는 듯한 청아하고, 달콤한 보컬이 전면을 장악한다. 이 환상적인 음색이란 대체 뭔가? 여기에 가끔씩 화려하게 등장하는 스트링스의 호화로움이 겹쳐, 갑자기 시공간이 바뀌어 브라질의 어느 작은 어촌에 있는 듯하다. 럼주가 든 칵테일을 마시고 싶을 지경. 그러고 보면 이리저리 LP를 교체하다 보니 더욱 분주하고 또 긴장하게 된다. 이게 또 LP의 장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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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베이스와 드럼의 엄청난 박력에 끝 모를 듯 올라가는 보컬의 기량이 더해지면, 
솜털까지 곤두서 정도. 확실히 탈레스의 톤암이 가진 위력을 제대로 맛보는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 그간 CD로 듣다가 이번에 제대로 LP를 들었다. 당시 녹음답지 않게 대역폭이 넓고, 악기 배열이 제대로 이뤄져 있으며, 중앙에 전인권이 우뚝 서 있다. 정말 신경 쓴 녹음인 것이다. 대부분의 가요 LP가 실망의 연속인데 반해, 이 음반은 경이의 연속. 특히, 베이스와 드럼의 엄청난 박력에 끝 모를 듯 올라가는 보컬의 기량이 더해지면, 솜털까지 곤두서 정도. 확실히 탈레스의 톤암이 가진 위력을 제대로 맛보는 순간이다. 
  
이미 턴테이블을 갖고 있는 분들이라면 톤암이라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장착해봄직하다. 아마 소유한 음반을 처음부터 새로 듣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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