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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역사의 총집합, 팬텀!
by 틴맨 posted   15-12-18 11:44(조회 7,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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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라스 베가스에서 열린 CES 행사장에서 진풍경이 하나 벌어졌다. 세계적인 뮤지션 스팅과 힙합 프로듀서로 유명한 릭 루빈이 어느 부스에서 무료로 PR 자원 봉사를 한 것이다. 스스로 이 제품이 좋아서, 아예 두 팔을 걷어 부치고 홍보에 나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칼 라거펠드를 비롯, 케이니 웨스트, 윌리엄과 같은 유명 인사들도 합세했다. 졸지에 이 부스는 세계적인 셀러브리티들의 파티장이 되고 만 것이다. 무엇이 그토록 이들을 흥분하게 만든 것일까?
  
현재 비트 뮤직을 이끌고 있는 데이빗 하이먼이라는 분은, 이 제품의 음질에 대해 아낌없는 칭찬을 남겼다. 당신이 갖고 있는 하이파이 시스템보다 1,000배는 더 좋은 음을 낸다는 메이커의 현혹에 그 사람도 넘어간 것일까?
  
아무튼 이번에 만난 드비알레의 팬텀(Phantom)이라는 모델은, 출시되자마자 전세계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것도 그냥 오디오뿐 아니라 패션이나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시선을 끌어모은 것이다.

어찌 보면 축구공 모양의 생김새를 가진 이 제품이 다소 낯설다고 느낄 분도 있지만, 톰 포드와 같은 디자이너가 만일 손을 댔더라도 이런 결과물이 나왔으리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흔히 WAF(Wife Acceptance Factor)라고 해서, 오디오파일들이 얼마나 와이프의 눈치를 보는지 널리 알려져 있지만, DAF에 대해선 잘 모른다. 이것은 “Designer Acceptance Factor”의 약자로, 한 마디로 보기 좋은 떡이 먹기에도 좋은 법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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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세로 10인치에 깊이 13인치짜리 이 제품에 열광하는 이유의 이면에는 철저한 기술지향적 철학이 개재되어 있다. 솔직히 요즘 세상에 누가 10년의 개발 기간에 총 40명의 엔지니어가 투입되고, 3천만불의 R&D 비용이 초래되는 오디오 제품을 만들까? 그 과정에서 무려 88개의 특허가 쏟아졌다고 하면 믿을 분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사실이다. 팬텀이라는 제품은 일종의 에픽 필름을 방불케 하는 거대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 달랑 제품 사진만 보고 이러니 저러니 상상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요즘 드비알레(Devialet)만큼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오디오 메이커는 없는 듯하다. 누구는 애플과 드비알레의 유사성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다. 하긴 똑같이 기술지향적 회사이면서, 예쁜 패키지에 담아내고, 갤러리를 연상케 하는 숍에서 판매한다. 드비알레의 제품을 판매한 첫 번째 장소가 저 유명한 에펠탑의 그라운드 플로워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후 전세계 어디를 가든, 드비알레를 파는 곳에선 특별한 디자인과 경험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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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본 기는 일종의 구형으로 제작되었는데, 거기엔 다 이유가 있다. RCA 랩에서 오랜 기간 일하면서 무려 100여 개가 넘는 음향관련 특허를 취득한 해리 퍼디넌드 올센이라는 박사가 있다. 올센(Olsen)이라는 용어가 오디오를 공부하다보면 여기저기에서 나오는데, 그게 실은 사람 이름인 것이다. 

그는 1930년대부터 풀레인지 드라이버를 갖고 다양한 형태의 인클로저에 담아 측정을 실시했다. 그 결과 구형의 인클로저가 최적이라는 결론을 낸 바 있다. 바로 여기에 근거해서 본 기의 포름이 결정된 것이다.
  
사람 이름이 나왔으니, 드비알레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자. 실은 이것도 사람 이름이다. 정식 이름은 “De Vialet”로, 드 비알레라 읽는다.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의 프랑스 학자로, 무려 28권에 달하는 백과사전을 편찬한 것으로 유명하다. 바로 그 사상이 드비알레에 전파된 것일까? Devialet 200으로 대표되는 여러 앰프들이 발표된 순간, <앱솔루트 사운드>에서는 다음과 같은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드디어 오디오의 미래가 도래했다!”
  
정말 감동적인 찬사가 아닐 수 없다. 하긴 Devialet 200을 비롯해서 본 기에 이르는 제품군을 보면, 거의 오디오 기술에 관련된 백과사전적 지식이 총망라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냥 한 두 개의 특허로 어물쩡 넘어가는 회사가 절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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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의 경우, 당연히 앰프에서 발현된 여러 기술을 배경으로, 스피커쪽 기술도 아울러 포괄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테크놀로지만 잠깐 훑어보면 다음과 같다. ADH, SAM, HBI 그리고 ACE.
  
여기서 ADH는 클래스 A 방식과 D 방식의 장점을 결합한 앰플리피케이션이다. 즉, 디테일하고, 다이내믹한 클래스 A에다가 효율이 좋고, 발열이 거의 없는 D 방식을 합친 것이다.    

SAM으로 말하면, 앰프에 매칭되는 스피커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투입한다는 것으로, 각각의 스피커가 갖고 있는 약점을 보완한다는 의미에서 역시 선진적이다. 본 기의 경우, 총 네 개의 드라이버가 투입되어 있다. 그 중 트위터와 미드레인지는 동축형으로 되어 있고, 양 사이드에 각각 한 개씩의 우퍼가 배치되어 있다. 그 각각의 드라이버에 최적화된 프로그램으로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HBI는 “Heart Bass Implosion”의 약자로, 풀 다이내믹 레인지를 커버한다는 뜻이다. 특히, 저역의 재생에 있어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무려 16Hz까지 내려가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이런 저역의 스펙을 얻으려면, 보통 100~200 리터의 용적이 필요하다. 하지만 본 기는 겨우 6 리터에 불과하다. 그러면서 어떻게 16Hz까지 커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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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것은 인간의 가청주파수 대역을 넘어선다. 말 그대로 귀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야 한다. 그래서 본 기의 기술적 아우트라인에 심장(Heart)이라는 단어를 넣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ACE는 “Active Co-Spherical Engine”의 약자다. 앞서 설명한 대로, 구형의 인클로저가 갖는 장점을 극대화시킨 것이다. 단, 본 기는 풀레인지가 아니다. 전면에 동축형 드라이버가 배치된 가운데, 양쪽에 우퍼가 달려있다. 일종의 무지향성 사운드를 내고 있는데, 덕분에 대단히 큰 스케일을 그려내고 있다.
  
만듦새를 보면, 자칫 플라스틱 소재로 착각할 우려가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메인 인클로저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를 하이 글로스 처리로 마감했는데, 한 마디로 NFL 선수들이 쓰고 있는 헬멧과 같다고 보면 좋다. 그 어떤 충돌에도 머리를 단단히 보호해주는 장치를 인클로저에 투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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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내부를 살펴보면 거의 군사용 제품에 필적하는 스펙을 자랑한다. 우선 한가운데 중심부엔 중요한 기판과 칩이 수납되는 바, 이를 알루미늄으로 감쌌다. 드라이버 역시 알루미늄으로 감싼 형태를 자랑한다. 또 케블라 소재의 흡음재를 적절히 투입해서 서킷 보드를 과열에서 보호하고, 외부의 충격에도 적극 대응한다. 케블라가 일종의 방탄복에 투입되는 소재인 만큼, 총격에도 끄덕이 없는 내구성을 구현한 것이다.
  
본 기는 그 자체로 일종의 완결체의 내용을 갖고 있다. 즉, 프리 및 파워 앰프에 와이파이 대응 솔루션 그리고 스피커까지 커버한다. 그러므로 오로지 소스만 전해주면, 그 나머지는 알아서 해준다. 디지털 파일을 재생할 경우, 24Bit/192KHz까지 커버하며, 이를 위해 Gbps 이더넷 포트와 USB 2.0 그리고 토스링크 단자가 제공된다. 또 정기적으로 펌웨어 업그레이드 서비스가 실시되므로, 알아서 진화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일종의 유기체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팬텀이라 불리는 본 기는 99dB의 입력 감도에 무려 750W나 하는 출력이 담겨져 있다. 그러므로 그 어떤 다이내믹하거나 대편성의 소스라도 별 무리없이 재생한다. 게다가 일종의 라이프스타일로 써도 좋지만, 두 개를 이용하면 스테레오 구성이 가능하고, 멀티 룸 역시 지원한다. 이를 위해선 다이알로그(Dialog)라는 허브를 사용해야 하는 바, 이게 커버하는 것이 무려 24개에 이른다. 즉, 거대한 저택의 방이며 거실 모두를 다 연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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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앞으로 DTS, 돌비 등과 연계해서 5채널 서라운드 솔루션도 선보일 예정이니, 홈 씨어터의 구축에도 용이할 전망이다. 말하자면 일단 한 개를 사서 듣다가 계속 추가 추가 하는 식으로 보다 다양한 구성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확실히 오디오의 미래를 앞당긴 제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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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청은 다이알로그를 이용해서 2채널 스테레오로 들었다. 아무래도 익숙한 환경에서 보다 진지하게 음질을 체크하기 위함이다. 흥미로운 것은 무지향성으로 만들어진 제품이지만, 두 개가 되자 통상의 하이파이 제품처럼 빼어난 정위감과 다이내믹스가 형성된 점이다. 정말 드비알레라는 회사는 알면 알수록 경탄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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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풀레인지를 듣는 듯, 전대역에 걸친 일체감이 일품이다. 
당연히 무시무시한 저역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첫 곡은 조피 무터가 연주하고, 카라얀이 지휘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1악장>이다. 비장한 기운으로 오케스트라의 인트로가 전개된 가운데, 드라마틱하게 무터가 출현한다. 빠른 패시지와 정확한 더블 스토핑, 밀고 당기고 다채로운 표현력. 듣는 순간 혼을 빼앗길 정도로 강력한 연주가 이어진다. 한데 가만히 듣다 보면, 마치 풀레인지를 듣는 듯, 전대역에 걸친 일체감이 일품이다. 당연히 무시무시한 저역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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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정교한 녹음이 이뤄져, 수많은 악기들의 레이어가 또렷히 포착된다. 
무려 40년 전 녹음인데도 이토록 싱싱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하는 베토벤의 <교향곡 5번 1악장>. 빈 필을 데리고 연주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확실히 종래의 해석과 다르다. 무섭고, 당당한 기세는 없고, 대신 우아하고 아름다운 음이 연출된다. 상당히 정교한 녹음이 이뤄져, 수많은 악기들의 레이어가 또렷히 포착된다. 무려 40년 전 녹음인데도 이토록 싱싱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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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감과 매력이 강력하게 어필해오며, 다양한 테크닉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아울러 오래된 녹음의 노스탤직한 맛도 잘 우러나고 있다.


이어서 쳇 베이커의 <Travelin' Light>. 왼쪽 채널을 점한 화려한 브라스 앙상블로 시작되어, 매혹적인 베이커의 보컬이 구수하게 흘러나온다. 그 밀도감과 매력이 강력하게 어필해오며, 다양한 테크닉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일견 무심하게 부르는 듯하지만, 많은 계산이 깔려있는 셈. 아울러 오래된 녹음의 노스탤직한 맛도 잘 우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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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구성이 일목요연하게 포착된다. 
적절한 양감을 가지면서도 반응이 빠르고, 음 매무새에 고상함이 묻어난다.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Brothers in Arms>는, 초반에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치는 가운데, 서서히 비극적인 신디사이저가 밀려온다. 그 후, 사색적인 기타 솔로가 이어지고, 텁텁한 마클러의 보컬이 나오는데, 이런 일련의 구성이 일목요연하게 포착된다. 적절한 양감을 가지면서도 반응이 빠르고, 음 매무새에 고상함이 묻어난다. 고급 화이트 와인, 그것도 프랑스산으로 마시는 듯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팬텀을 듣다보면, 앞으로 전개될 오디오계의 흐름이 조금은 짐작이 간다. 하이파이/하이엔드 시장의 무겁고 큰 기기들이 살아남을려면 분명히 팬텀보다  더나은 확실한 무엇인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적극 추천을 할 수 밖에 없는 올인원 스피커의 독보적인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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