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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다시 단 이카루스의 비상. 오디오 알케미 DDP-1
by 틴맨 posted   15-12-15 12:04(조회 5,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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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듯, 제품을 잘 만든다고 해서 장사를 꼭 잘하는 것은 아니다. 또 장사를 잘해도 이문을 잘 남기는 것도 아니다. 이익을 좀 봤다고 해서 경영 수완이 뛰어난 것도 아니다. 이래서 사업이라는 것이 어렵고 또 힘들다. 특히, 뭔가를 만들어서 직접 판매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오디오 알케미(Audio Alchemy)라는 브랜드를 이야기하려면, 그 앞에 “비운의” “불운한” 과 같은, 좀 부정적인 형용사가 꼭 첨부될 수밖에 없다. 제품 잘 만들고, 장사 잘 했는데도 결국 망해버렸기 때문이다. 오디오 업계의 최대 미덕인 빼어난 가성비를 바탕으로 한참 쭉쭉 뻗어가던 순간, 마치 하늘을 향해 끝없이 비상하던 이카루스처럼 갑자기, 전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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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거의 20년 만에 찬란한 부활을 선언했다. 그 본격적인 외침은 2014년 9월에 열린 도쿄 오디오 쇼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피터 매드닉(Peter Madnick)씨로 말하면, 워낙 많은 브랜드에서 일을 했고, 다양한 제품에 관여한 터라, 널리 그 존재가 알려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진짜 사랑은 오디오 알케미고, 20년이라는 세월에 걸쳐 조금씩 숙성시켜서 이번에 제대로 전모를 드러낸 것은 정말 극적이다. 평소 얌전하고, 평범한 인물이 나중에 사건의 키를 쥔 범인으로 밝혀지는 추리 소설을 읽는 기분과 같다.
  
여기서 잠깐 동사를 추적해보면, 대략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까지 활동한 것으로 되어있다. 채 10년도 되지 않은 짧은 기간이었지만, 프리 및 파워 앰프를 비롯해서 다양한 제품들, 특히 디지털 관련 제품에서 높은 평가를 얻은 바 있다. 특히, DAC와 지터 저감 필터 등은 시장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아울러 포노 앰프와 헤드폰 앰프와 같은 귀여운 모델도 평이 좋았다. 순식간에 10만개 가량 전세계에 팔았다고 하니, 빌보드 차트 넘버원이 부럽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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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터 매드닉(Peter Madnick)


하지만 동사를 주재한 피터 매드닉씨로 말하면, 개인적으로 훌륭한 엔지니어지만, 경영이라는 측면에서는 별로 신통치 않았던 모양이다. 게다가 재정 담당자의 일 처리에 문제가 많아, 결국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희한한 구조가 되어버렸다. 덕분에 채 꿈도 펼치지 못하고 화려하게 산화해버린 것이다.
  
당시 여기서 일하던 인재들이 얼마나 뛰어났는지는, 향후 그들의 행보에서 잘 드러난다. 수 백개에 달하는 제품들이 그들의 손을 거쳤으며, 거래한 회사만 해도 그 리스트가 쟁쟁하다. 판기어, 펜더, 카운터포인트, 쓰레숄드, 모토롤라, 콘스텔레이션, 파루자, 몬스터 케이블, 벨킨, THX ... 음향뿐 아니라 비디오며 각종 디지털 관련 업종에 골고루 족적을 남겼던 것이다.
  
사실 동사가 1987년에 창업할 무렵만 해도, 막 CD가 주목을 끌고 있었다. 일단 계속 틀어대면 손상이 갈 수밖에 없는 아날로그 매체들, LP와 테이프 등에 비교할 때, 레이저로 읽어내는 CD는 거의 손상이 없는, 무결점의 완벽한 매체였다. 또 크기도 작아서, 휴대도 간편했다. 드디어 신세계가 도래하는가 보다, 열광한 애호가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막상 음을 들어보면 어딘지 모르게 차갑고 딱딱했다. 기계적인 색채가 너무 났던 것이다. 그러므로 디지털은 디지털, CD는 어떤 플레이어로 틀어도 똑같은 소리가 난다, 라는 말이 당연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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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디오 알케미 DDP-1


이런 상황에서 피터를 위시한 여러 엔지니어들은 디지털의 장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음악적으로 승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그런 디지털에 대한 믿음은 시장의 뜨거운 반응으로 확인된 바 있고, 세월이 흘러흘러, 다시 탄생한 지금, 그에 관계된 중요한 신작 DDP-1을 맞이하는 감회가 남다르다. 그간 발전된 디지털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가격적인 메리트를 잊지 않고 있으며, 다양한 활용성을 추구한 점은, 역시 오리지널 오디오 알케미의 정신을 훌륭히 계승하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DDP의 약자는 “Digital Decoding Preamp”이다.
  
본 기의 메인 컨셉은 “쓰리 인 원”(Three-in-One)이라 하면 좋다. 즉, 세 개의 기능을 그 각각의 완벽성을 기하면서 이 작은 박스에 놀랍게 응축시켜 놓은 것이다. 그 각각은 DAC, 아날로그 프리 그리고 헤드폰 앰프다. 이것을 하나씩 분리해서 팔아도 좋을 정도의 내용을 갖고 있는데, 이 하나의 박스에 담았다는 것부터 감지덕지인 셈이고, 그래서 더욱 애정이 간다.
  
우선 DAC로 말하면, 동사의 창업 이념이기도 한 디지털의 장래에 대한 믿음이 강하게 투영되어 있다. 그러므로 PCM과 DSD 신호를 모두 커버하는 것은 당연한 일. PCM은 32비트까지 커버하고, DSD는 216 비트까지 가능하다. 최신 사양은 다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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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제일 신경을 많이 쓴 부분은 지터의 저감. 그 관리가 무척 잘 되어 있을 뿐 아니라, 디지털 필터에도 공을 들여서 스무스하고, 벨벳과 같은 톤을 훌륭히 재생하고 있다. 무려 네 개의 아웃풋 필터가 들어간 점은 무척 고무적이다. 7개의 디지털 인풋이 제공되니, 어떤 형태의 디바이스도 다 커버할 수 있다.
  
이중에서 “I2S” 커넥터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 기존의 SPDIF 방식은 클록과 데이터를 함께 전송하는데 반해, 이것은 나눠서 전송한다. 그만큼 더 정확한 신호 전달이 가능한 것이다.
  
한편 아날로그 프리를 보면, 풀 디스크리트 설계가 돋보이며, FET 계열의 TR을 사용해서 본격적인 음질 추구형 제품으로 만들었다. XLR 하나, RCA 두 개의 입력단이 제공되는 점 또한 마음에 든다. 이런 프리에서 제일 중요한 볼륨단의 경우, 정평이 있는 알프스 제품을 투입하고 있다. 솔직히 이런 컨셉이면 디지털 볼륨으로 때워도 누가 뭐라지 않는데, 이 점에서도 일체 타협을 불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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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닉씨에 따르면 헤드폰 앰프에도 무척 공을 들였다고 한다. 사실 많은 젊은이들이 좁은 방안에서, 특히 데스크탑이나 노트북을 놓고 음을 듣는 경우가 많으므로, 양질의 헤드폰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이렇게 DAC 기능을 갖춘 헤드폰 앰프를 구한다면, 그 즐거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것이다. 솔직히 이런 헤드폰 앰프로만 사용해도 충분히 본전을 뽑을 만한 퀄리티를 구현하고 있다.

  
본 기에 대해 동사는 1만 불 이하짜리 제품에서 필적할 적수가 없다, 
라고 단언하고 있다. 사실이다. 
단순한 DAC 혹은 프리앰프로 구매했다가 보너스에 보너스를 또 얹어서 받은 기분이 든다. 
사면 이득이라는 말은 이런 경우에 해당할 것이다
  

한편 동사가 소멸한지 20년 가까이 된 지금, 오디오 애호가들의 성장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해 동사는 멋진 대사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도 성장했다.” 앞선 이력에서 우리는 그 증거를 뚜렷이 포착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본 기의 하이 퀄리티를 접하면서 더욱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귀가 성장한 만큼, 그들의 기술력 또한 성장한 것이다. 그 멋진 결과물이 본 기인 만큼, 시청에 임하는 순간 역시 즐겁기만 하다. 특히, 싸고 좋은 제품을 만나기 힘든 요즘, 가뭄에 단 비라 할 정도로 반가운 제품이다.
  
참고로 시청에는 동사의 DPA-1 파워를 연결해서 매지코의 S1으로 들었으며, 소스는 USB 단자를 이용, 애플 맥북을 동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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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복잡한 편성이고, 악기 배치이지만, 전혀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또 디지털에서 흔히 발견되는, 다소 엷고, 차가운 음색과는 달리, 
마치 LP를 트는 듯, 선이 굵으면서, 다이내믹스가 출중한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첫 곡으로 들은 것은 아바도 지휘,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의 중간 부분이다. 강력한 존재감을 어필하는 테너의 등장. 쩌렁쩌렁 공간을 장악한다. 이어서 오케스트라의 백업이 나오고, 코러스가 이어진다. 그 레이어가 눈부시게 잘 구분이 된다. 매우 복잡한 편성이고, 악기 배치이지만, 전혀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또 디지털에서 흔히 발견되는, 다소 엷고, 차가운 음색과는 달리, 마치 LP를 트는 듯, 선이 굵으면서, 다이내믹스가 출중한 부분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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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불협화음으로 변화면서 비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부분까지 
매우 세련되고, 고품위한 재생이 이뤄지고 있다. 
가격을 생각하면 불가사의한 능력이다.


이어서 카라얀 지휘, 말러의 <교향곡 4번 3악장>이다. 너무나 아름답고, 감미로운 아다지오인데, 약간 슬로우 템포로 전개되면서 화려한 비상이 이뤄진다. 현악군이 뽑아내는 고역의 위태로운 아름다움에 관악기의 잘 절제된 음향. 그러다 점차 불협화음으로 변화면서 비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부분까지 매우 세련되고, 고품위한 재생이 이뤄지고 있다. 가격을 생각하면 불가사의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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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컬 주위로 화려하게 음장이 펼쳐진 가운데, 발성이며 숨소리가 또렷이 전달된다. 
넘실거리는 레개 리듬이 잘 살아있어 가벼운 발장단을 하게도 만든다. 
숱한 악기의 홍수를 능수능란하게 처리하고 있다.


블론디의 <The Tide Is High>는 잘 알려진 곡이지만, 역시 많은 악기들이 동원되어, 재생이 쉽지 않다. 각종 퍼커션에 관악기, 코러스 등에 가려 자칫 보컬의 존재감이 퇴색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전혀 그런 법이 없다. 보컬 주위로 화려하게 음장이 펼쳐진 가운데, 발성이며 숨소리가 또렷이 전달된다. 넘실거리는 레개 리듬이 잘 살아있어 가벼운 발장단을 하게도 만든다. 숱한 악기의 홍수를 능수능란하게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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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녹음이지만, 디테일이 잘 살아있고, 심지가 곧아서, 
전혀 세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참 야무지게 잘 만든 기기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비틀즈의 <Sun King>. 계속 킥 드럼을 두들기는 가운데, 화려한 보컬 코러스가 전면을 장악하는 트랙이다. 음장이 넓으면서, 그 안에 빈틈이 없다. 초반에 좌우 채널을 왔다갔다하는 음향 이펙트의 입체감은 더욱 감상에 묘미를 더해준다. 오래전 녹음이지만, 디테일이 잘 살아있고, 심지가 곧아서, 전혀 세월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참 야무지게 잘 만든 기기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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