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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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son Benesch Cardinal
by 틴맨 posted   14-06-02 15:32(조회 9,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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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꽤 많은 브랜드가 론칭되어 있다. 그 중에 실력에 비해 잘 소개되지 않은 제품들도 꽤 된다. 물론 수입하는 제품마다 모두 히트칠 수는 없지만, 외지의 평가라던가 객관적인 기술력 등을 종합해서 볼 때, 윌슨 베네시가 국내에서 받는 대접엔 약간의 부당함마저 느껴진다. 이번에 소개되는 카디널(Cardinal)은 동사를 대표하는 플래그십일 뿐만 아니라, 스피커의 미래를 예상해볼 때 매우 선진적인 발상으로 가득 차 있어서 비단 애호가들뿐 아니라 전문적인 엔지니어들도 한번 관심을 가져볼 만한 제품이다.

그렇다면 카디널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자. 눈치 빠른 독자라면 세인트 카디널스 프로야구 팀을 떠올릴 수 있겠다. 물론 일리 있는 말이다. 이 팀의 전면에 나 있는 로고에는 홍관조라 불리는 새 그림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카디널이다. 그런데 어째 좀 이상하다. 홍관조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연결점을 찾을 길이 없다. 그러다 전작이 비숍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아, 가볍게 무릎을 칠 것이다. 비숍이 주교, 카디널이 추기경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회사가 카톨릭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은데, 그것은 아니다. 주교나 추기경이 쓰고 있는 모자가 실은 이 제품들의 형상과 연결되어 있어서 이런 작명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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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기경을 의미하는 카디널(Cardinal)

좀 뜬금 없지만 이쯤 해두고, 이제 본격적으로 본 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일단 외관을 보면, 키다리 아저씨를 연상케 한다. 키 큰 사람치고 싱겁지 않은 경우가 없다고 하지만, 본 기는 예외다. 아니, 오히려 일반적인 대형기의 포름이나 스케일을 상정해볼 때 상당히 컴팩트한 만듦새로 다듬었다고나 할까? 그런 면에서 동사의 히트작인 디스커버리나 버텍스 등을 떠올릴 만하다. 그럼 대체 어떤 면에서 본 기의 존재가 중요한가, 의문을 제기할 법도 하고, 이 부분부터 차근차근 풀어나가도록 하겠다.

우선 만듦새로 말하면, 스피커에서 항상 중요시 되는 두 가지 요소의 적절한 타협안이라는 점부터 밝히겠다.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대형기를 만들고자 한다면, 당연히 스피커 사이즈가 커진다. 그럼 소리가 크게 나는 대신에 그 반사음의 영향도 크게 받게 된다. 또 스피커 자체에서 발생하는 진동이나 주변에 어른거리는 정재파는 또 어떤가? 즉, 스피커가 커지면 커질수록 음향적인 면에서 문제점도 많아지는 것이다.

여기서 본 기의 진짜 노하우가 숨어 있다. 대형기를 표방하면서 이런 반사파나 정재파의 간섭을 최대한 피할 뿐 아니라, 자체 진동까지도 극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스피커의 표면적을 줄이면서, 내부 용적은 극대화시키는 방법론을 구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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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lson Benesch Cardinal

그렇다면 이렇게 호리호리하게 디자인만 하면 좋은 스피커가 되는가? 천만의 말씀. 우선 짚고 넘어갈 것은 소재에 대한 부분이다. 스피커에서 진동판에 대한 연구는 꽤 많이 이뤄졌고, 그 대안으로 나름대로 흥미로운 물질이 개발된 것도 사실이다. 덕분에 세라믹, 다이아몬드 심지어 한지까지 동원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카본이라는 소재를 이처럼 적절하게 응용한 경우는 없었다. 또 단순히 신소재를 적용했다는 사실 외에 이것이 음질적으로 우수한 내용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물론 단순히 카본만 사용한 것은 아니라, 여기에 여러 요소들을 집어넣은 일종의 복합 물질이라 보는 편이 맞다. 그 최초의 제품은 동사의 창립 초기인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그 자리엔 걸작 톤암으로 칭송받고 있는 ‘A.C.T. One Tonearm’이 자리하고 있다. 톤암이라는 존재 자체가 카트리지에서 픽업한 미세 신호를 아무런 가감 없이 전송하는 역할이라, 특히 진동이라는 부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동사가 개발한 소재는 금상첨화였던 것이다.

한편 여기서 배양된 기술이 스피커로 이전된 것은 1994년으로, 이때 처음으로 인클로저에 카본 복합 물질을 도입한 A.C.T. One 스피커가 나온 것이다. 이것은 스피커의 역사에서 상당히 획기적인 일로 평가할 만하다. 물론 이런 기술은 스피커의 진동판과 인클로저 양쪽에 걸쳐 꾸준히 진화했고, 그 사이에 우리는 디스커버리, 버텍스, 비숍, 키메라 등 걸작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결정판이 바로 이번에 소개할 카디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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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커 인클로저에 카본 복합물질의 도입은 스피커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다.

우선 인클로저부터 설명하면, 일직선으로 처리한 부분이 일체 없다. 음질을 위해 모든 부분이 곡면으로 처리되어 있고, 적절하게 카본 소재가 투입되었다. 물론 카본뿐만 아니다. 여기에 복합 물질을 샌드위치해서 덧붙여, 더 강하면서도 더 가벼운 인클로저를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또 두께도 제각각이어서, 프런트와 사이드 패널의 스펙이 다르다. 모두 음향적인 고려에 의해 계산되었다고 보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위 아래로 쭉 일렬로 배열된 유닛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 외관이다. 뭐 이런 포름의 스피커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유닛만 따져봐도 이게 전부는 아니다. 실은 속에도 몇 개 숨어 있고, 그게 하는 역할이 참 다양하다.

일단 상부를 보자. 맨 위에 미드레인지가 있고, 그 밑에 트위터가 있다. 이게 중고역의 전부를 이룬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저역을 담당하는 하부와 분리하면, 바로 그 접합 지점에 또 하나의 미드레인지가 숨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세 개의 드라이버가 일종의 하모니를 이루고 있고, 이를 통틀어 동사는 ‘Troika’라고 부른다. 그 기본 설계 개념은 다폴리토(D'Apolito) 박사에 의해 만들어진 기술을 배경으로 한다. 즉, 두 개의 미드 레인지 사이에 하나의 트위터를 두어 일종의 가상 동축형과 같은 효과를 노린 내용인 것이다. 이를 응용해서 캐비넷 속에 또 하나의 미드 레인지를 숨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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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lson Benesch Cardinal 내부 구조

한편 하부를 보면 좀 복잡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메인은 아이소배릭 방식인데, 그것도 좀 변형되었다. 프런트와 리어에 각각 유닛을 배치하기는 했지만, 서로 등을 돌리는 스타일이 아니다. 프런트 바로 뒤에 같은 방향으로 또 하나의 유닛을 배치했다. 이게 서로 연동되어 있다. 이런 수법이 흔하지 않아 약간 어리둥절하다. 

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것을 일종의 복수형으로 처리해서, 위 아래에 두 개씩, 총 네 개가 동원되고 있다. 작은 사이즈의 스피커에서 최대한의 저역을 끌어내기 위한 매우 특별한 조치인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언급할 것은, 이런 아이소배릭 유닛 위 아래에 일종의 ABR을 배치한 것이다. 그 자체로 음성 신호는 처리하지 않지만, 저역의 양감이나 퀄리티를 컨트롤하는데 매우 유용한 존재임이 분명하다. 

동사는 자체 내에서 직접 유닛을 설계, 생산해낸다. 그래서 트위터는 새로 개발된 세미스피어 트위터가 쓰였다. 외관만 보면 일반적인 실크 돔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카본 파이버 소재로 또 한 겹 붙였다. 그리고 그 뒤쪽에 별도의 챔버를 만들어 강력한 모터로 구동하는 설계가 되었다. 이 경우, 방사각이 보다 넓어지면서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는 장점을 가진다. 하긴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중역과 저역이 구성되어 있는 상황을 볼 때, 트위터도 어지간한 힘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고민이 엿보이는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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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디널의 드라이버 유닛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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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 개의 드라이버가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트로이카(Troika)

한편 미드레인지와 우퍼의 경우, 모두 170mm 구경이다. 이 유닛을 택틱 2(Tactic 2)라고 부르는 바, 그래서 한 가지 종류의 유닛만을 연상하기 쉽다. 그러나 실은 여러 종류가 존재한다. 본 기의 경우 미드레인지도 두 종류가 있다. 어퍼가 있고, 로우가 있다. 그 내용이 각각 다르다. 우퍼의 경우도 ABR이 있고, 그냥 드라이버가 있다. 당연히 서로 다르다.

그럼 어떤 설계로 만드느냐 궁금할 것이다. 기본은 카본을 소재로 하되, 쓰임새에 따라 여기에 붙이는 물질이 달라진다. 폴리프로필렌, 이른바 PP 콘을 붙이기도 하고, 케블라를 덧붙이기 한다. 정말 복잡하지만, 그 기본은 카본으로써, 전체적인 음색의 통일감과 스피드의 일치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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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롭게 개발된 세미스피어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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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드레인지와 우퍼로 사용되는 택틱2 드라이버 유닛

한편 이렇게 드라이버를 직접 제조해서, 원하는 스펙대로 만들 경우, 크로스오버의 설계가 쉬워진다. 본 기는 아주 복잡한 설계 방식이 동원되었음에도, 이 부분은 허무할 정도로 심플하다. 기본적인 1차 오더로, 성능이 뛰어난 부품을 선별해서 부착시키는 형태로 마무리되었다. 크로스오버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필요악인 만큼, 그 폐해를 최대한 줄였다고 해석하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아무튼 본 기의 제조법을 설명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음질. 그 점에서 확실히 본 기의 대형기다운 스케일과 박력 그리고 최첨단 소재와 기술로 얻은 디테일과 다이내믹스 등은 과연 특필할 만한 수준이라 하겠다.

본 기의 시청을 위해 오디오 리서치의 레퍼런스 프리 앰프 MK2와 레퍼런스 600 파워가 각각 동원되었다. 사실 진공관 방식으로 8오옴에 600W라는 파워는 그냥 사람을 질리게 하지만, 본 기를 한번 원 없이 울려보자는 취지에서 한번 걸어봤다. 그 결과는 사뭇 고무적이다. 그리고 소스기기는 에소테릭의 K05 CD 플레이어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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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의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바이올린과 대비되는
지옥의 끓는 불을 연상시키는 저역을 보라.
이런 극적인 콘트라스트는 아무 스피커에서나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첫 곡으로 정명훈 지휘 말러의 <교향곡 2번 1악장>을 들었다. 첫 소절부터 과연 대형기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첼로군이 등장할 때의 무게 자체가 다르다. 육중하면서 또 빠르다. 주변 공기가 꿈틀거린다. 당연히 주먹을 불끈 쥐게 된다. 자세히 들어보면 잘 만들어진 중소형기에서 들을 수 있는 해상도와 스피드를 유지하면서 대형기 특유의 양감과 펀치력이 병행되고 있다. 이를테면 세기말의 퇴폐적인 아름다움을 갖고 있는 바이올린과 대비되는 지옥의 끓는 불을 연상시키는 저역을 보라. 이런 극적인 콘트라스트는 아무 스피커에서나 들을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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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스피커 사이에 심지어 스피커 바깥쪽까지 무대가 확장되어
여기저기 출몰하는 다양한 타악기들의 향연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마틴 그루빙거가 연주하는 <Ecce, advent dominator Dominus>는 양 스피커 사이에 심지어 스피커 바깥쪽까지 무대가 확장되어 여기저기 출몰하는 다양한 타악기들의 향연에 어안이 벙벙할 정도다. 그것이 그냥 일정한 크기와 높이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경우엔 강렬하고 또 어떤 경우엔 약하다. 높이도 다양해서 바닥부터 천장 부근까지 일절 한계를 모른다. 이 곡은 그간 여러 차례 시청에 사용했지만, 이렇게 현란한지 처음 알았다. 거기에 뒤쪽에 쭉 펼쳐지는 코러스의 등장에 그만 양 무릎을 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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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내용에 일체 가감이 없고, 오히려 실제 연주보다 더 확대되어 다가오므로,
불현듯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입장이 되었다"

마델라인 페이루의 <Dance Me to the End of Love>는 당찬 더블 베이스에 강력한 드럼을 바탕으로 하지만, 피아노며 기타 등이 촘촘하게 엮어서 오소독소하게 재생하는 부분이 재미있는 트랙이다. 특히, 빌리 홀리데이를 연상시키는 페이루의 목소리엔 노스탤지어와 페이소스가 강하다. 그런 전반적인 내용에 일체 가감이 없고, 오히려 실제 연주보다 더 확대되어 다가오므로, 불현듯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입장이 되었다. 덕분에 더욱 디테일에 신경 쓰게 되었는데, 그러면 그럴 수록 본 기의 높은 퍼포먼스에 연신 탄복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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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타임머신을 타고 녹음 당시의 장소로 돌아가버린 것을.
그만큼 선도가 높다. 거의 마스터 테이프를 듣는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소니 롤린스의 <St. Thomas>. 무려 60 여 년 전의 녹음이지만, 그때 당시에 일절 편집이나 오버 더빙을 하지 않은 것이, 지금에 와서는 높은 선예도로 작용하고 있다. 일단 초반의 드럼에서 강력한 텐션과 펀치력이 느껴진다. 거기에 심벌즈를 가볍게 칠 때의 타격감이 대단하다. 이윽고 테너 색스폰이 나올 때엔, 몇 겹의 베일이 벗겨진, 싱싱하고, 기세 좋은 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여기서 무슨 형용사가 필요할까? 그냥 타임머신을 타고 녹음 당시의 장소로 돌아가버린 것을. 그만큼 선도가 높다. 거의 마스터 테이프를 듣는 수준이다. 이제 분석을 그만두고, 편하게 소파에 파묻혀 음악에 몰두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오디오의 꽃은 스피커이고, 특히 대형 스피커의 출현은 늘 마음 설레게 한다. 이번에도 그런 행복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진정한 오디오의 로망이 아닌가.

Specification

Drivers:
1 x 25mm Wilson Benesch Semisphere Tweeter
1 x 170mm Wilson Benesch Upper Mid-Range Tactic II Driver Unit
1 x 170mm Wilson Benesch Lower Mid-Range Tactic II Driver Unit
4 x 170mm Wilson Benesch Isobaric Tactic II Driver Unit
2 x 170mm Wilson Benesch Tactic Driver Unit (PASSIVE ABRs)

Low Frequency Loadding: Assisted Bass Radiator / Bass Ports
Sensitivity: 87dB
Impedance: 6Ω Nominal / 4Ω Minimal
Frequency Response: 34Hz ~ 24kHz
Crossover Frequency: 5kHz / 500Hz

Dimensions: 1,735 x 620 x 640mm
Weight per Channel: 120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