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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크렐의 진화
by 틴맨 posted   13-09-11 01:02(조회 67,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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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잊혀졌던 무한 에너지가 다시 국내에 돌아온다고 하는군요. 주인공은 바로 미국의 초강력 하이엔드 파워, 크렐입니다. 

오늘은 잠시 크렐의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지난 5년의 시간 동안 크렐에는 여러 일들이 많았습니다. 본사 자체에서 벌어진 다양한 사건들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한 동안 크렐의 제품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소문들이 무성했습니다. 크렐이 망했네, 사주가 쫓겨나고 회사가 공중 분해가 되었네, 물건도 못만들고 근근히 연명하면서 간판만 살아남았네 등등...

덕분에 한국 시장에서 크렐의 브랜드 이미지는 거의 붕괴되었고, 제대로 된 신제품은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한 과거 속 앰프로만 남게 되었습니다. 

참 궁금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졌던 것인지...

최근에 직접적으로 크렐의 담당자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5월에 열린 독일 뮌헨 오디오쇼였습니다. 현재 크렐의 해외 세일즈 총책임자이자 이 회사에서 10여년 넘게 자리를 지켜온 피터 맥케이 부사장을 만났습니다. 긴 인터뷰는 아니었지만 한 시간 가량의 대화에서 크렐에서 있었던 여러 사건과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당시 인터뷰 내용을 기사화시킬까 했지만 공개적으로 오픈할 수 없는 몇가지 내용도 있고 해서 간략한 칼럼 정도로 정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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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렐의 부사장, Peter Mackay>


다고스티노의 부도, 파산 ?

가장 궁금한 내용은 크렐이 아직 제대로 존재하는 회사인가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미 국내에서는 망했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이죠. 피터 부사장은 그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더군요. 창립 이래로 지금까지 크렐은 문을 닫은 적이 단 하루도 없는 회사라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지난 4~5년간 국내에서 제품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이것은 본사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시장에서의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자신들에게 왜 연락이 없는지에 저희에게 묻더군요. 

다만, 한가지 내용 때문일 수도 있다는 점을 알려주었습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크렐의 창업주, 댄 다고스티노가 지난 2009년 소송을 시작하여 크렐의 대표 이사직에서 물러난 사건이 소문의 근원일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었습니다. 스토리를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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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렐의 창립자이자 오너인 다고스티노와 사장으로서의 마지막 작품, Evolution 앰프>


2005년을 정점으로 크렐은 기존의 에볼루션 시리즈와 LAT 스피커 시리즈를 내놓으며 기존 시장보다 한 단계 높은 가격대의 초하이엔드 제품들을 내놓게 됩니다. 이미 홈시어터와 FPB CAST 시리즈 등으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제품 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큰 비용 투자로 회사에 재무적 투자자를 불러들이게 됩니다. 

문제는 재무적 투자자와 다소 강골 기질이 강한 댄 다고스티노 간에 알듯 모를 듯한 알력이 있었고 결국 투자자의 소송으로 다고스티노를 대표 이사 자리에서 내려 앉히게 됩니다. 이 과정이 그렇게 매끄럽지 못했던 부분도 있고, 이미 이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다고스티노는 평생을 함께한 동반자이자 크렐에 대한 투자와 산파 역할을 한 와이프, 론디 다고스티노와 이혼을 했었습니다.

이런 앞뒤 정황으로 인해 마치 다고스티노 축출 과정이 크렐의 파산, 부도라는 식으로 국내에는 와전된 스토리가 퍼지게 된 것이죠. 



여전한 크렐의 소유주, 다고스티노

하지만 다고스티노 없는 크렐은 마크 레빈슨 없는 마크 레빈슨과는 다소 차이가 많습니다. 새로운 재무적 투자자는 다고스티노를 경영진에서는 축줄해냈지만 내용은 거기까지일 뿐 더 이상 변한 것은 없습니다. 다고스티노 본인이 갖고 있는 크렐이라는 회사의 지분은 여전히 다고스티노 본인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다소 아이러니한 구조가 될텐데, 흥미롭게도 다고스티노는 여전히 크렐을 대표하는 대주주 중 한 명입니다. 우리내 사고 방식으로는 다소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실제로 뮌헨 쇼에서도 크렐와 다고스티노는 같은 방, 한 부스 내에서 서로의 제품을 내놓고 시연을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한 방에서 다고스티노 본인과 현재 크렐의 대표인 빌 맥키건 사장과 피터 맥케이 부사장과 같이 농담하면서 웃고 있더군요. 아주 기묘한 풍경이었죠.  물론 소송이 끝난지 2~3년이 지났기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크렐은 여전히 30년동안 유지해온 엔지니어링 팀과 90년대 KAS S 시리즈부터 FPB, Evolution 까지 개발해왔던 엔지니어링의 수장, 토드 에센바움이 그대로 제품 개발을 이끌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이 제품을 개발하면서 여전히 다고스티노와 내용을 주고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주주로서 지분을 보유한 만큼 크렐이 돈을 벌면 어찌했든지 간에 다고스티노에게도 나쁠 것은 없기 때문이죠. 

다만 그가 경영진에서 배제되었기 때문에 과거 처럼 회사를 좌지우지하거나 회사돈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일 뿐이라고 합니다. 



크렐의 진화, 새로운 에볼루션, 에볼루션e

다고스티노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은 2009년입니다. 
대외적인 시선은 이때부터 상당히 우려섞인 시선으로 변하게 됩니다. 하지만 크렐은 예정된 계획대로 제품 개발을 진행합니다. 2007년 발표되었던 새로운 시리즈 에볼루션 앰프들을 전면적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프로젝트가 이루어집니다. 

그렇게 하여 탄생된 것이 새로운 에볼루션인 에볼루션e 시리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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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볼루션에서 상당한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 신형 에볼루션, 에볼루션e 시리즈>


대외적으로 알려진 에볼루션e 시리즈는 저전력의 그린 모드 탑재 뿐으로 알려져있지만, 실제로는 앰프 내부 설계에 상당한 변화를 가하게 됩니다. 일단 전원부를 기존 에볼루션 보다 한층 강화된, 더욱 커진 전원 용량을 탑재하고 전원 회로에 대대적 손질을 가해 출력단과의 전류 흐름을 대폭적으로 개선시켰습니다. 그리고 에볼루션 시리즈의 장점인 액티브 캐스코드 회로 또한 보다 정교한 증폭 개선을 이끌어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프리앰프는 구조를 제외하고는 기판 자체를 완전히 새로 설계하고 부품도 전면적으로 교체하는 등, 사운드와 설계의 개선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에볼루션 202 에서 '팬텀'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제품으로 환골탈태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SACD/CD 플레이어인 505 도 '사이퍼'라는 이름으로 트랜스포트의 교체와 새로운 회로 설계, 새로운 내부 구조 등 완전히 다른 제품으로 업그레이드가 됩니다. 

그리고 얼마전 틴맨에서도 리뷰된 550i 인티 앰프와 곧 수입이 될 네트워크 플레이어, 컨넥트 그리고 AV 프로세서 파운데이션 등 수 많은 제품을 2009년부터 주루룩 선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제품들은 이미 미국이나 해외에서는 상당한 호평과 높은 판매를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혼다의 제안으로 시작된 하이엔드 카오디오 프로젝트가 더해져 혼다의 럭셔리 모델인 어큐라 2014년형에 탑재된 크렐의 럭셔리한 하이엔드 카오디오 시스템까지 탄생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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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렐과 혼다의 합작품, 어큐라에 탑재된 크렐 카오디오 시스템>


다고스티노는 경영에서 손을 떼었지만 크렐은 신제품들을 통해 더 이상 다고스티노 개인의 회사가 아닌, 이미 시스템이 갖춰진 기업으로서의 크렐의 힘을 직접 증명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한국에서는 2009년 이후 등장한 이러한 신제품들이 거의 소개되지 못했고, 앞서 소개한 다고스티노의 소송 사건만 소문으로 퍼지면서 크렐의 브랜드 이미지만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무튼 보다 상세한 내용은 무어라 밝힐 수는 없지만 크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하이엔드 업체로서 다양한 제품들을 활기차게 내놓고 있습니다. 

국내에서의 지지부진한 상황이 정리되고 9월부터 새로 수입이 시작된다고 하니, 이제 몇 년 동안 만나보지 못한 새로운 에볼루션 시리즈와 크렐의 미래형 디자인이라는 커넥트와 파운데이션 같은 신제품들도 속속 소개될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들었던 윌슨 오디오 사샤의 가장 멋진 사운드가 도쿄 오디오 쇼에서 들었던 사샤와 크렐 에볼루션 매칭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새로운 에볼루션e 시리즈가 들려줄 사운드의 업그레이드에 큰 기대가 생깁니다. 곧 한국에서도 크렐의 새로운 사운드를 즐겨볼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