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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 Jazz Trio
by 틴맨 posted   13-06-22 02:06(조회 87,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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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reat Jazz Trio

화려한 말년을 보냈던 위대한 재즈 트리오는 리더였던 행크 존스의 죽음과 함께 위대하게 사라졌습니다. 분야는 다르지만 또 하나의 재즈 트리오가 오디오파일들에게 다시 한번 위대한(?) 사운드를 들려줄 준비를 마치고 여러분의 앞에 도착했습니다. 15년 만에 다시 태어난 나그라의 프리앰프 JAZZ가 이끄는 나그라의 트리오, JAZZ, CDC 그리고 VPA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미 예전 포스트에서 언급했듯이 2012년에 쿠델스키 그룹의 나그라로부터 분리되어 별도의 회사가 된 ‘오디오 테크놀로지 스위스’라는 업체가 된 나그라 하이파이는 폭풍과도 같은 오디오 개발을 벌이고 있습니다. 독립된 나그라 하이파이는 2012년 말에 의 첫 작품으로 프리앰프인 JAZZ를 내놓았죠. 1997년 첫 선을 보인 나그라의 첫 작품, PL-P 프리앰프 이후 약 15년 만의 일이었습니다. 물론 업계의 여러 리뷰를 통해 호평을 받았지만 아직 그 실체를 볼 수 없었기에 막연한 추측으로만 생각했었는데, 드디어 그 프리앰프가 오늘 처음으로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국내 1호가 된 제 손 안에 있는 JAZZ 프리앰프는 과연 어떤 소리가 날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도착 즉시 리스닝 룸에서 간략한 테스트를 해봤습니다. 고음이 어떻고 저음이 어떻고 하는 말을 하기도 전에 첫 음을 듣는 순간 누가 들어도 알 수 있을 결과가 나왔습니다. “역시 나그라군!” 한 때, VPA를 사용했던 유저로서 JAZZ의 음을 듣는 순간 바로 나그라 사운드임을 금방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오디오적인 퍼포먼스나 장단점 같은 것들이 전혀 생각하지 않는, 그냥 음악 자체에 빠져들게 만드는 아름다운 음. 바로 나그라 사운드였죠.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JAZZ에서 나그라 사운드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아니죠. 과연 PL-P나 PL-L 과 같은 10년도 더 된 시니어들과 얼마나 다를지, 어떻게 그들과 상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죠. 그래서 마침 주변에 나그라 마니아로 통하는 지인을 찾아 JAZZ와 PL-L을 비교할 기회를 갖기로 했습니다. JAZZ의 성능을 알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이고 가장 확실한 비교 테스트가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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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L 과 JAZZ 의 비교 테스트에 사용된 나그라 시스템>

일단 오늘의 테스트 시스템을 설명해드리면 사진과 같습니다. 파워 앰프는 845 관을 쓴 나그라의 VPA 모노 블록 파워 앰프, 소스 기기는 프리앰프 기능까지 탑재된 나그라의 CDC CD Controller 그리고 경쟁 상대는 나그라의 프리앰프 PL-L입니다. 메인 스피커는 윌슨 베니시의 Chimera 였습니다. 

시청 순서는 PL-L를 먼저 듣고 JAZZ를 나중에 듣는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안네 소피 무터의 <칼멘 판타지>, 피레스와 아바도가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그리고 제니퍼 원스의 <Hunter>. 이 3가지 CD로 테스트를 시작했습니다. 

PL-L로 이루어진 시스템을 들으면서 역시 나그라 사운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름답고 이쁘게 다듬어진 소리는 오디오적인 쾌감을 쏟아내주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오디오를 듣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들려준다는 느낌에 푹 빠져들게 만들었습니다. 과연 프리앰프를 바꾼다고 이 소리가 얼마나 달라질까 그리고 나그라 소리가 나는 프리앰프인데 도대체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앞서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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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L 위에 놓은 JAZZ (좌) 와 CDC 위에 놓은 JAZZ (우)>

잠시 케이블 연결을 바꾸어 프리앰프를 JAZZ로 교체했습니다. JAZZ는 PL-L 위에 두어도, CDC 위에 놓아도 어디에서나 나그라 기기들과는 보기 좋은 시각적 안정감과 통일성을 안겨줍니다. PL-L에 비해서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는 다소 심심해진 듯한 디테일들의 변화가 처음에는 약간 부족하게 보였지만, 오히려 보면 볼수록 PL-L의 노브와 미터기가 다소 과하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특히 JAZZ를 CDC 위에 올려 놓으면 두 제품의 디자인 통일성이 매끄럽게 연결이 되지만, PL-L은 확실히 최초의 제품이라 그런지 디자인적인 면에서는 요즘의 나그라에 비해 다소 동떨어진 느낌을 받게 됩니다. 노브의 중심을 가로로 잡은 것과 세로로 잡은 것도 그런 부분 중에 하나죠. 

JAZZ로 모차르트부터 듣기 시작했는데, 첫 음부터 뭔가 달라진 느낌을 곧바로 받게 됩니다. 한층 정숙해진 뒷 배경은 음의 정적과 음의 콘트라스트를 강하게 만들어줍니다. 훨씬 음이 깨끗하고 또렷한 느낌으로 들립니다. 음량이 커졌다거나 고역이 강해진 것이 아니라 콘트라스트가 낮은 흐릿한 흑백화면을 보다가 배경이 칠흙처럼 어두운 진한 흑백 사진을 보는 느낌입니다. 오케스트라의 현은 훨씬 진한 색채감에 음의 디테일과 매끄러움이 가미되어 한층 다이내믹해진 사운드로 들리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진하고 강하고 또렷한 음이 되면 마치 고역이 과장되고 색채감에 비해 공간감이나 입체감이 평면적으로 들릴 것 같지만, 오히려 PL-L 보다 재즈가 더 투명하고 맑고 명료한 소리를 들려줍니다. 대표적인 것이 피아노입니다. 물기와 타건의 에너지가 수반된, 투명하고 또랑또랑한 피아노 소리는 JAZZ의 전유물이라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이에 비하면 PL-L의 피아노는 흐릿하고 약간 맹숭맹숭한 음으로 밀리게 됩니다. 특히 소피무터의 <칼멘 판타지>중 ‘찌고이네르바이젠’에서의 무터의 바이올린은 훨씬 진하고 매끄럽고 색채감이 살아있지만 오케스트라와의 대비 그리고 오케스트라의 다양한 디테일들이 더 입체적이고 세련되게 표현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니퍼 원스의 <헌터> 중 ‘Bird on a wire’ 나 ‘Hunter’ 같은 곡에서는 PL-L에 비해 탄력적인 저음, 거칠고 산만함이 사라진 따뜻하고 또렷한 여성 보컬의 다양한 표현은 JAZZ 만이 들려줄 수 있는 그리고 가장 최신예의 현대적 장점이 가미된 나그라의 사운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PL-L과 VPA 시스템을 한 동안 써봤던 나그라 유저로서 JAZZ를 들으며 PL-L이 지닌 장점과 단점을 떠올려보면 PL-L 프리앰프의 가장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나그라에서는 제대로 알고 있었던 듯 보입니다. 듣기는 편안하지만 뭔가 심심하고 다소 격한 다이내믹스나 음의 콘트라스트가 강하지 못했던 부분이 PL-L이 지닌 아쉬운 부분이었죠. 하지만 JAZZ는 다릅니다. 나그라가 지닌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운드 컬러와 음악성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훨씬 더 생생하며 에너지가 살아있는, 듣기 즐거운 음악성을 지닌 음으로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아마도 지금 이 순간, 나그라의 PL-L 이나 PL-P를 사용하는 나그라 유저라면 좀 더 쉽게 그 의미를 깨달으실 수 있지 않을까 싶군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국내 처음으로 들어본 JAZZ의 감흥, PL-L과의 비교 및 차이점의 확인은 나름 개인적으로 큰 소득이자 즐거움이었습니다. 두 시간 가까이 JAZZ를 들으며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아직 국내에는 소개되지 못한 나그라 전용 외장 전원 장치인 MPS의 존재였죠. JAZZ의 기본기로도 이 정도의 차이인데 여기에 MPS 전원 장치까지 추가하면 얼마나 더 개선이 될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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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댓 나그라로 즐겨본 JAZZ의 첫 인상은 한 동안 잊고 있던 나그라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빠져들게 되는 기분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조만간 나그라 시스템이 모두 국내에 소개가 되면 정식으로 시연회를 통해 JAZZ를 비롯한 오늘 비교 테스트에서 사용했던 나그라 앰프들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보도록 준비하겠습니다. 물론 가능할지 어떨지는 아직 모르지만...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