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

  • AMP
  •  
튜브 사운드의 배신. ARC Reference 250
by 틴맨 posted   13-06-12 00:32(조회 62,138)

스테로이드 튜브 사운드, 오디오 리서치 레퍼런스 250
 

ARC-R250.jpg


2010년 등장한 오디오 리서치의 40주년 애니버서리 프리앰프는 유서 깊은 이 미국 진공관 앰프 업체 역사상 가장 야심찬 제품 중 하나로 한정 생산되었습니다. 한정 기간, 한정 생산으로 사라졌지만 이 역사적인 프리앰프는 단순히 오디오 리서치의 40주년 역사의 기념 이벤트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애니버서리 프리앰프 이후, 오디오 리서치의 앰프들에는 새로운 변화가 불어닥치게 된 것이죠. 회로 설계의 기본 접근법이 완전히 달라졌으며 훨씬 고급스럽게 변신한 새로운 오디오 리서치의 사운드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과거의 튜브 사운드가 아니라 뭔가 혁신적인, 한 차원 달라진 오디오 리서치의 사운드가 나타났습니다. 
 

ARC_Anniversary_Preamp_V2.jpg
 
 
<오디오 리서치의 새로운 레퍼런스의 발단이 된 40주년 애니버서리 프리앰프>


이들이 레퍼런스 애니버서리에서 배운 것들 중에는 오디오 엔지니어적인 설계 방법보다는 오디오 마니아적으로 회로와 설계를 보기 시작한 점입니다. 단순히 전원부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필요이상으로 만든, 과도한 전원 회로의 설계가 음질적인 장점을 가져다 준다는 것에 눈이 뜨이게 된 것이죠. 흔히 오디오파일이나 오디오쟁이들이나 벌일 만한 짓거리(!)를 회사 차원에서 시도한 셈이죠. 

당시 40주년 애니버서리 프리앰프에는 앰프와 동일한 크기의 풀사이즈 규모의 전원부가 추가되었고 여기에는 베이스가 된 Reference 5 프리앰프가 지닌 전원부 용량의 2배가 넘는 규모의 전기 용량이 담겨졌습니다. 단순히 프리앰프임에도 웬만한 파워 앰프 수준의 전원 회로를 쏟아부웠습니다. 실제로 그 용량은 채널당 115W 출력을 내는 스테레오 앰프 VS115의 전원부보다도 큰 것이었죠. 

ARC Anniversary Power Supply.jpg
 
<마치 앰프처럼 보이는 저 회로가 별도 섀시로 분리된 애니버서리 프리앰프의 전원부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이후 등장한 모든 제품들에 도입이 되었고, 최고라고 자부하는 오디오 리서치의 레퍼런스 앰프들이 모두 새로 재설계되어 혁신적인 제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증거라면 플래그십 모노 블럭 파워 앰프인 레퍼런스 250이라 할 수 있습니다. 

ARC-250-main.jpg


<Audio Research Reference 250 mono block power amplifier>


이런 전후 사정을 알게 된다면 Reference 250의 전원부가 엄청난 규모를 지닌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겁니다. 하지만 전작과 비교하면 좀 더 커졌을 뿐 충격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900 주울의 에너지 저장 능력은 이 앰프의 전작이라 할 수 있는 Reference 210에 비해 불과 15% 정도 늘어난 정도니까요. 하지만 단순히 용량 조금 늘렸다고 오디오 리서치가 새로운 레퍼런스로 250을 내놓았을까요? 물론 그렇지 않겠죠. 250의 새로운 전원 회로는 전작의 전원 회로와 회로 구성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애니버서리에서 사용된, 대개 앰프의 출력관으로 사용되는 6550C를 6H30로 구동하는 독특한 구성의 전원 회로로 전원부를 완전히 새로 설계했습니다. 250의 혁신적인 변화는 여기에서부터 출발됩니다. 

arc_reference_250_150.jpg
 
 
<Reference 250 (좌) 와 150 (우) 의 내부. 확연하게 커진 전원부와 증폭 회로.
사이즈만 커진게 아니라 전원 회로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그리고 진정으로 혁신적으로 바뀐 250의 변신의 정점은 바로 출력관에 있습니다. 210에서 사용된 페어매치 6550C가 플레이트의 전력 소모량이 60W나 되는 테트로드 구성의 KT120 관으로 진공관을 바꿔버렸습니다. 덕분에 6550C에 비해 50%나 출력이 높아져서 훨씬 높은 출력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으며 이와 함께 앰프의 신뢰성도 높아지고 내구성까지 좋아져 훨씬 오래 쓸 수 있는 앰프로 탈바꿈하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진공관 KT120은 지금까지 레퍼런스 파워 앰프의 주인공이었던 KT90이 들려주었던 사운드를 추억으로 만들어버렸죠. 솔직히 진공관 앰프 업체가 오랜 역사와 자신들의 탄탄한 제품으로 자리잡은 진공관을 바꾼다는 것은 모험일 수도 있습니다. 안정된 플랫폼을 버리고 새로이 백지 상태에서 다시 새로운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KT120으로 방향 선회를 한 오디오 리서치 선택은 과연 괜찮을까 하는 우려를 단번에 날려버렸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들어본 이 회사의 앰프들 중 KT120은 첫 경험이었는데 확실히 놀라운 변화가 있었습니다. 진공관 앰프로서 하이엔드 트랜지스터 앰프적인 색채가 담겨있는 오디오 리서치의 와이드레인지한 사운드에 훨씬 윤기와 감촉이 배어있는, 약간의 온기와 더불어 대단히 세련된 디테일에 자극적인 에지는 찾아볼 수 없는 시원스런 고역의 움직임과 에너제틱한 저역의 타격은 진공관 앰프임을 잊게 만듭니다. 누가 들어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만큼 힘과 미 그리고 덕을 겸비한 사운드라 할 수 있었습니다. 

또 하나의 차별화는 피드백입니다. 오디오 리서치 앰프들은 항상 피드백을 써서 설계되어 왔는데 250의 경우 피드백 양은 8.8dB가 걸려있다고 합니다. 앰프 회로에 쓰이는 피드백은 업체마다 논쟁이 분분한데 회로의 안정성과 스피커 구동력을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의견과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더 좋은 소리를 내준다는 측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시대의 흐름은 최대한 적게, 그리고 글로벌한 피드백은 사용하지 않는 쪽으로 가되, 국소적으로 사용되는 로컬 피드백은 약간씩 적절히 사용하여 앰프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방법을 택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Reference 250의 8.8dB 피드백은 피드백의 존재를 거의 억제한 논피드백에 가까운 설계로, 이 앰프가 탁월한 힘을 갖고 있지만 고역이 답답하거나 딱딱하지 않고 투명하면서도 유연하고 실키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겁니다. 

250-meter.jpg
 
<Reference 250에서 새롭게 부활한 아날로그 미터기.
최근 몇 년 동안 보여준 오디오 리서치의 녹색 디스플레이보다도 훨씬 멋지고 아름답다!>


Reference 250의 새로운 점의 마지막은 전면에 아날로그 미터기가 장착한 점입니다. 오디오 리서치 앰프에게는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최근 10년 사이 초록색 디스플레이로 도배되었던 제품들의 얼굴 디자인이 아니라 과거 전통적인 오디오 리서치 앰프에서 볼 수 있던 미터기가 돌아온 것이죠. 아마도 오디오파일들이라면 이 부분에 가장 큰 박수를 보내지 않을까 싶군요. 오디오 마니아들에게 미터기는 향수이자 추억 그리고 가장 매력적인 미적 디자인 중 하나죠. 

250의 미터기는 앰프가 소리를 내는 동안 출력 파워를 보여주는데 단순히 출력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앰프의 바이어싱 조정에도사용됩니다. 앰프 전면의 버튼들을 누르고 바늘의 위치를 조정하여 앰프의 바이어스 상태를 진공관에 맞는 최적의 상태로 맞출 수 있게 해줍니다. 음악을 들으며 바늘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음악 외적인 감흥과 여러 생각이 떠오르게 됩니다. 물론 음악 감상에는 약간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만 오디오파일이라면 그 움직임과 미터기의 불빛에 더 깊은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되죠. 

이외에도 다른 기능으로는 앰프 뒷면에 장착된 팬의 속도 조정이 가능합니다. 팬은 새로 설계된 팬으로 교체되었고 이전 앰프에서 사용했던 팬들에 비해 소음이 대폭 줄었습니다. 실제로 팬을 동작시켜도 음악을 듣는 동안 팬 소음을 전혀 느낄 수 없었습니다. 대략 Low로 셋팅해 놓으면 웬만한 시청 위치에서는 소음을 들으실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Reference 250의 최대 약점이자 적(!)이 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여름 그리고 열 입니다. 무더위의 시즌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 리스닝 룸에 에어컨이 없다면 이 앰프는 지옥이나 다름 없습니다. 많은 진공관이 쏟아내는 열기는 한 두 시간만 켜 놔도 방 안의 온도를 30도 중반으로 올려버리고도 남을 겁니다. 이 더운 여름에 진공관의 열은 가혹한 선물입니다. 게다가 그렇게 쏟아지는 열이 집 밖에 있는 전력 미터기의 휠을 초고속 회전으로 만들어버린 광경을보고 나면 이 앰프의 사운드에서 느끼는 열정과 애정을 단번에 식혀줄 수도 있습니다. 달콤한 사운드의 댓가는 월말 전기료에 고스란히 반영이 될 수 있습니다. ㅎㅎㅎ

arc tube.jpg
 
<진공관의 불빛과 열기 가득한 사운드는 아름다움 그 자체지만,
전력량계의 숫자 올라가는 속도를 보고 나면 등골이 오싹해질 수도 있다.>


지금까지 하이엔드 앰프 시장에서 다소 가려져 있었으나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던 오디오 리서치. 이들의 새로운 플래그십은 지금까지 선입견을 갖고 있던 이들의 사운드 컬러에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사운드와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시연회를 통해 경청을 해볼 만한 장점이 많은, 가격 대비 성능이 대단한 하이엔드 앰프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그럼...

arc ref 250.jpg